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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톡 라이브는 국립극장에서 동시대 최고의 연극 실황을 녹화 상영하는 프로그램이다. 해오름 극장에서 진행하고, 이번 프로그램은 <북 오브 더스트>, <인간 혐오>, <오이디푸스>였다. 각각 모두 2일만 볼 수있다.

모든 프로그램이 매진에 가까웠다. 전석 2만원. 

 

 

연극 녹화한 것을 보는 게 재미있으려나... 라는 마음에서 미뤘다가 이제서야 보게되었다.

 

<북 오브 더스트>는 21년 브리지 시어터에서 막을 올린 신작으로 필립 풀먼의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라고 한다. 더스트는 어떤 물질을 뜻한다. 

이 짦은 문장에서 아는 정보가 아무것도 없다. 어쩌면 이렇게 하나도 모를 수가 있지? <북 오브 더스트>도 모르고 브리지 시어터도 모르며 필립 풀먼도 모른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갔다. 필립 풀먼은 판타지 3대 거장이라고. 처음 들어봤는데! 찾아보니 <황금나침반>이라는 소설이 있다. 2007년에 나왔군. 아주 옛날 작품이다.  

 

#연극의 막이 오르기 전 객석의 모습부터 상영

실황은 시작 전 객석의 모습까지도 포함했다. 이건 생각하지 못했는데, 연극 시작 전 자리에 앉은 관객들, 객석의 모습과 극장의 안팎을 고루 보여주고 연극 전의 긴장감과 설레임을 볼 수 있었다. 시작하기 전에 작품을 설명하는 인터뷰도 있어서 감독을 비롯해 각본가, 무대 디자이너의 인터뷰가 짧은 시간이지만 극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더불어 연극을 준비했던 현장까지 보여줘서 배우들의 모습까지 볼 수있었다. 이 인터뷰는 2막 시작하기 전에도 있었다. 

 

#줄거리

영국을 대표하는 판타지 소설가 필립 풀먼의 동명의 소설을 각색한 작품인 '북 오브 더스트'는 2021년 11월 브리지 시어터에서 막을 올린 따끈따끈한 신작이다. 믿고 보는 연출가 니컬러스 하이트너가 연출한 이 작품은 ‘황금 나침반’이 포함된 3부작 소설 ‘그의 어두운 재료들’의 12년 전 이야기로, 주인공 라이라 벨라콰의 어린 시절을 다룬다. 성 로저먼드 수도원에서 수녀님들의 일을 돕고 있는 맬컴과 그의 친구 앨리스가 아기 라이라를 발견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스펙터클 한 무대 영상과 섬세한 인형극이 어우러진 흥미진진한 작품으로, 모든 연령대의 관객들을 사로잡을 것이다.

 

맬컴과 그의 친구 앨리스는 성 로저먼드 수도원에서 비밀에 휩싸인 아기 라이라를 발견하게 된다. 맬컴과 앨리스는 해너 박사와 힘을 합쳐 라이라를 보호하며 그녀의 비밀을 밝히고자 한다. 반면 극단주의 종교 단체인 마지스테리움 소속 머리사 콜터와 악당 제라드 보너빌은 이들을 뒤쫓는다. 갑자기 폭우가 내리기 시작하고 홍수가 나자 맬컴과 앨리스는 제라드로부터 라이라를 지키기 위해 카누를 타고 런던으로 도망치게 되는데...

 

 

#홍수+어린아이+판타지+성경

주인공은 12살 15살이다. 대학가에서 펍을 운영하는 엄마의 일을 돕는 맬컴과 어쩌다가 맬컴네 가게에서 일하면서 살 곳을 찾은 앨리스가 ''라이라"라는 아이를 발견하고 보호한다는 이야기이다. 맬컴은 수도원의 수녀님과 친하다. 연극은 홍수, 비밀에 휩싸인 어린아이, 수녀님 등이 등장해 자연스럽게 성경에 기반한 문화와 코드가 있다.

 

#디먼과 인형극

이 세계는 마치 포켓몬처럼, 아니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니는, 영적인 생물이 있다. 여기서는 디먼이라고 부른다. 새나 토끼 혹은 호랑이 족제비 등 동물의 모습을 닮았다. 누구에게나 영혼이 있는 것처럼 누구에게나 디먼이 있다. 연극에서는 종이 인형으로 표현되는데, 정밀한 인형극을 보는 것 같았다.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조작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인터뷰에 따르면, 이 종이 인형을 고치는 사람들도 열일 했다고. 투명한 종이 동물을 만들고 내부에 조명을 넣어 반짝거리는 영혼처럼 표현했다. 이 연극이 놀라운 점은! 바로 디먼이 출연하는 것도 모자라 디먼을 연기하는 배우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주요 배우는 디먼을 연기하는 연기자가 따로 있으며, 디먼(종이 인형)을 조작하면서 디먼의 표정과 목소리를 표현하고 대사도 하면서 연극에 참여한다. 

 

 디먼 연기자가 없는 배우들은 자신의 어깨나 손이나 발치에 디먼을 데리고 다니며 디먼을 조작한다. 연극을 하면서 동시에 인형극을 보는-본 것을 다시 보는-경험이었다.

 

#연극의 미래/ 관객석까지 밀려오는 듯한 극중 홍수의 표현

 

브리지 시어터는 무대가 중앙에 돌출되어 있어, 언제나 배경 역할을 하는 한면을 제외하고 3면이 돌출되어 있다. 이를 기준으로 객석이 3면으로 나 있다. 그러니까 보통 무대의 한 면만을 기준으로 객석이 층층 멀어지는 것과 달리, 우리가 보통 사이드석이라고 부르는 자리라도 그 좌석에서 볼 수 있는 시야가 있는 것이다. (무대가 입체적이기 때문에)

 

무대의 벽면과 바닥과 무대에서 벽까지의 레이어를 구현하는 디자인은 어떤 뮤지컬에서도 본 적 없는 창의적인 것이었다. 홍수를 대체 어떻게 표현하지 싶었는데 홍수로 창문이 깨지는 것도 그래픽으로 구현하며, 벽에서 시작된 물이 굽이쳐서 무대 바닥에 일렁이며 몰려오는 것도 그래픽으로 연출한다. 여기서 압권인 것은 이 그래픽 위에서 카누를 타면서 극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배우들이 카누에서 연기하는 동안 뒤에서 카누를 움직이는 사람은 따로 있다. 이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결합이 매우 효과적으로 극에 몰입하도록 도와준다. 방금 전까지 맬컴네의 펍이었던 곳이 수녀원이 되고, 홍수가 나서 침수하고 있는 모습이라니. 홍수가 나서 객석까지 일렁이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비용이나 기술의 차이라기 보다는 극에 대한 신념과 사랑의 차이라고 느껴졌다. 최고의 기술과 크레이티브를 가져올 수 있는 무대. 그리고 그것을 알아볼 관객들이 얼마든지 기다리고 있는 곳. 이곳에서 실현 가능한 무대 같았다. 

 

대학가의 펍이다 보니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는 어른들, 교수들의 농담 등이 극의 소재가 된다. 영국식 농담들. 

 

 

#놀라운 무대, 낯선 이야기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라이라를 구하려는 두 아이의 모험! 결말은?

그러나 매우 어두운 조명, 자막을 봐야만 이해를 하는 언어의 한계, 실황을 본다는 어려움, 무엇보다도 이 모험의 끝이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방대한 이야기를 연극으로 옮겼을 때 이야기의 세계관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어야 더 흥미로울텐데 많은 대사, 뭔가 음모가 일어나고 있는데 그게... 설득되거나 그 다지 궁금하지 않더라는 것.

잘 해결되길 바랍니다. 하는 마음으로 1막 만 보고 나왔다. 

 

2막은 역시 인터뷰로 시작되었다. 바깥에서도 작은 화면으로 볼수 있었다. 연극에서 라이라 라는 아기가 나오는데, 그 아기는 정말로 연기를 하고 있는 거였다. 어쩜 그렇게 조용하게 잘 있는지... 아기를 뽑는 디렉터가 따로 있었다는데 총 5명의 라이라가 연기를 한다고. 아이도 보에 돌돌 말려 배우들에게 안기고 눈 맞추고 모험을 떠났다. 

 

 

연극에 진심인 영국의 최신 연극을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런 무대와 연극을 한국에서도 기대해 본다.

 

점점 더 시간이 정말 소중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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