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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의 글

몰아 쓴 새해 일기

_봄밤 2022. 1. 23. 19:11

#마라탕

마라탕을 해 먹었다. 오래 전 인터넷에서 재료를 사 모았다. 벼르고 별러서 해 먹었는데 시중에서 사먹는 마라탕의 4배 정도 강한 맛이었다. 농축된 소스 한 봉지를 다 넣었더니-표기하기로는 4인분 양이라고 했는데 생각에는 15명이 충분히 마라탕을 먹을 수 있는 농도라고 생각한다- 너무나 짜고 매워서 밥공기 한 그릇 정도만 먹으면 더 이상 먹을 수가 없는 지경이다. 어제 급하게 숙주와 버섯을 더 넣고 물도 더 넣어서 이제 보통의 마라탕이 되었지만 문제는 배가 그다지 고프지 않다는 데 있다. 소화도 잘 안된다. 표현하자면 위가 주먹만해 진 것 같았다.

 

#스트레스

12월 말부터 1월까지 스트레스가 많았다. 잠이 잘 오지 않았고 숨이 잘 안 쉬어졌고 가슴이 불타는 느낌이었다. 이게 속이 쓰리다는 거구나. 처음 알았다. 알배추를 씻어다가 쌈장에 한 올 한 올 뜯어 먹고 싶다. 위가 알배추를 우걱우걱 편하게 소화했으면 좋겠다.

 

...이제는 잠도 잘 자고, 숨도 잘 쉬고, 속이 쓰리지는 않지만 위가 작아진 느낌이다. 마라탕을 밥그릇 정도로 밖에 먹지 못하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당신들은 비열해요. 그게 지금 당신들을 즐겁게 하더라도, 비열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만두를빚고싶은마음

마음이 허한탓인지 얼마 전에는 만두를 빚고 싶다는 생각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들었다. 만두를 빚고 싶다는 마음이 대체 왜 들겠는가. 여러가지 재료를 사서, 몇 시간을 다지고 다듬어서 소를 만들고, 또 몇 시간 동안 동글동글하게 만들어서, 뜨거운 물에 쪄가지고, 내가 먹어도 되고 동생들도 주는 것이다. 뭔가 만드는데 배도 채울 수 있는 일은 세상에 몇이나 될까? 요리는 정말 매력적인 일이다. 뭔가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에너지는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이사하고나서알게된맛있는초밥집

지금 먹고 싶은 건 초밥이다. 빈둥거리며 초밥 맛집을 찾아보았다. 이 동네 주변에서 산 지가 오래되었더니 이미 아는 맛집이 눈에 들어온다. 그 중에 처음 들어본 가게가 있어 검색해보니 자주 가던 카페 바로 옆집에 있던 스시집이었다. 굉장히 아저씨들이 올 것 같은 외관의 스시집이었는데 근방을 통틀어 1,2등 하는 맛집으로 통하는 곳이었다. 코 앞에 있을 때에는 알아보지 못했다니!

 

#카페에서들은아저씨들의대화

집에서는 잠만 자서 가까운 카페에 왔다. 카페에는 몇몇 만 있었고, 그중에 아마 퇴직을 했거나 앞둔 아저씨들이 삼삼오오 있었다. 들어보니 꽤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한분이 한식 조리사 자격증 공부를 하신다는 거다. 그러자 다른 아저씨들이 놀라 학원에 다니냐고 묻는다. 나도 덩달아 궁금해졌다. 그런것은 아니고, 일단 필기 시험 공부를 시작하는데 에듀윌로 하신다고. 한식 일식 양식 등등 자격 시험의 변천을 모두 알고 계셨다. 나중에는 인강으로 실기도 해볼 수 있다고는 하셨는데 실기를 인강으로 듣기는 쉽지 않을 것 같지만 일단 한식 조리사 시험을 도전한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한식조리사와엄마

그러다가 엄마 생각이 났다. 지금의 내 나이 무렵에 엄마는 한식 조리사 자격증을 따셨다. 무척 시골이었다. 엄마가 사회로 나가고자 했던 일을 잘 알고 있다. 어렸지만 다 기억하고 있다. 엄마가 공부를 하는구나. 엄마가 시험을 보는구나. 엄마가 일을 하는구나. 모두 나에게 영감과 용기를 주었던 기억이다. 운전면허 시험을 공부하던 것도 다 기억한다. 엄마는 일을 굉장히 좋아한다. 일을 해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얻는 자유의 귀중함을 알고 계시다. 아직 일할 수 있다는 것을 늘 감사히 생각하시는 분이다. 일이 인간에게 주는, 해방되고 싶지만 귀속됨으로서 겪는 기이한 기쁨을 아신다. 정말이지 배우고 싶다. 

 

#핸드폰을딸이사준다네

....그러다가 아저씨들의 대화는 핸드폰 요금제 이야기로 건너온다. 알뜰폰 허브도 알고 계시고, 그래서 2만원 미만의 요금제를 쓰고 있다는 이야기를 공유하신다. 그런데 새 핸드폰을 사는 일은 역시 쉽지 않아 딸이 사준다고 기다리고 있다고 하셨다. 이 말에 아빠가 생각났다. 때마침 어디선가 핸드폰 사기를 권유하는 전화가 왔나본데 아저씨는 친절하게도 혹은 자랑인지 상담원에게 이렇게 말씀하고 계셨다. "아 좋은 정보네요... 그런데 이번주에 우리딸이 사준다구 해서 만날 참이에요..."

 

#덩달아나도알아본다핸드폰

그래서 지금 핸드폰을 알아보고 있다. 아버지 폰이 너무나 낡았다. s21이나 22중에서 고르게 될 것같다. 마음은 s21 바이올렛인데 발열 이슈가 있었네. 핸드폰 사는 일은 정말이지 어렵다! 

 

 

#배구연습후기

오늘 같이 배구를 연습했던 분은 15살이었다! 15살이라고! 15살... 중3.... 우리는 서로의 나이를 듣고 놀랐다. 키는 같았는데 전혀 다른 나이였다. 계산을 대충해서 띠로 아는체를 했더니 아니었다. 뺄셈도 잘 안되는 모양. 그녀는 힘이 아무래도 좀 모자란데 잘못해도 모두 이해되었다. 아직 아가라서 힘이 없는 것이다! 잘한다고 아깝다고 기합을 넣었다. 그녀는 금새 세지고, 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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