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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눈
-겨울 版畵2
기형도
도시에 전쟁처럼 눈이 내린다. 사람들은 여기저기 가로등 아래 모여
서 눈을 털고 있다. 나는 어디로 가서 내 나이를 털어야 할까? 지나간
봄 화창한 기억의 꽃밭 가득 아직도 무꽃이 흔들리고 있을까? 사방으
로 인적 끊어진 꽃밭, 새끼줄 따라 뛰어가며 썩은 꽃잎들끼리 모여 울
고 있을까.
우리는 새벽 안개 속에 뜬 철교 위에 서 있다. 눈발은 수천 장 흰 손
수건을 흔들며 河口로 뛰어가고 너는 말했다. 물이 보여. 얼음장 밑으
로 수상한 푸른빛.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면 은빛으로 반짝이며 떨어
지는 그대 소중한 웃음. 안개 속으로 물빛이 되어 새떼가 녹아드는 게
보여? 우리가.
기형도 전집 편집위원회 엮음, 『기형도 전집』, 문학과 지성사, 1999.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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