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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나무의 말-나희덕

_봄밤 2014. 2. 16. 15:13



어떤 나무의 말



나희덕




제 마른 가지 끝은 

가늘어질 대로 가늘어졌습니다,

더는 쪼개질 수 없도록.

제게 입김을 불어넣지 마십시오.

당신 옷깃만 스쳐도

저는 피어날까 두렵습니다.

곧 무거워질 잎사귀일랑 주지 마십시오.


나부끼는 황홀 대신

스스로의 棺이 되도록 허락해주십시오.


부디 저를 다시 꽃 피우지는 마십시오.






나희덕,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문학과지성사, 2014.







서시가 이토록 팽팽하게 기워졌습니다. 화살이 어디로 날아가는 지 살 끝을 바라봅니다. 시집이 왼편으로 기웁니다. 

중앙에 박히는 과녁, 

내 등을 비죽히 찔러들었습니다. 정지한 촉 끝을 바라봅니다. 피가 덥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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