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이 역시 말해두어야 할 것이다. 사랑을 나눈다는 것은 스스로를 되찾은 자신의 몸을 느끼는 것이다. 그것은 마침내 몸이 모든 유토피아의 바깥에서 자기 밀도를 온전히 가지고서 타자의 손 안에 존재하는 것이다. 당신을 가로지르는 타자의 손길 아래서, 보이지 않던 당신 몸의 온갖 부분들이 존재하기 시작한다. 타자의 입술에 대응해서 당신의 입술은 감각적인 것이 되고, 반쯤 감겨진 그의 눈 앞에서 당신의 얼굴은 확실성을 얻게 된다. 이제야 당신의 닫힌 눈꺼풀을 보려는 시선이 있는 것이다. 사랑 역시 거울처럼, 그리고 죽음처럼 당신 몸의 유토피아를 누그러뜨린다. 그것은 유토피아를 침묵시키고 달래주고 상자 안에 넣은 것처럼 가두고 닫아버리고 봉인한다. 그래서 사랑은 거울의 환영, 죽음의 위협과 사촌지간이다. 사..
믿을 수 없는 날들이다. 사람을 죽이고 있다. 당연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괴이한 상황에 할말을 잃는다. 이유를 모르고 죽은 목숨과, 꺼져가는 목숨 앞에서 저들이 보인 태도는 '사람임'을 의심하게 만든다. 이런 지경일지라도 세계는 존재한다. 그 까닭을 묻는데에 지나치게 많은 희망이 필요하고 희망을 보호할 망상이 필요하다, 박근혜가 변할 것이란 기대는 망상 보다 더 윗단계의 것이다. 그런게 실제로 있기는 한 건지 모르겠다. 미쳐야 미치는 것인가,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어 내가 불행하다. 당신들은 국민을 불행하게 하리라는 사명이라도 타고 난 것인가. 안전률을 지키지 않는 것은 '살인'이다. 세월호에도 모자라서 고리원전 재가동. 미쳐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봄이 되어 새로 나뭇잎이 돋아나고, 꽃이 피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와 희미한 동요와 이유 없는 연민을 가져다줄 때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선생, 사랑을 조심하세요! 사랑은 도처에 매복하고 있답니다. 사방 구석에서 당신을 노리고 있어요. 사랑은 온갖 술수를 준비한 채 긴장하고 있습니다. 모든 무기들이 날카롭게 벼려져 있고, 온갖 배반이 준비돼 있어요. 사랑을 조심하세요! 사랑을 조심하세요!' 사랑은 감기보다, 기관지염이나 늑막염보다 더 위험합니다! 사랑은 용서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돌이킬 수 없는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게 하지요. 그렇습니다, 선생. 나는 해마다 정부가 담벼락에 이런 공고문을 내 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봄이 왔습니..
# 액자 유리가 깨지거나, 사진이 불타오르거나페이퍼백(1998), 하드커버(1997), 문학동네(2014) (페이퍼백과 하드커버를 낸 출판사가 다르다. 페이퍼백을 낸 출판사는 랜덤하우스 임프린트 빈티지 출판사. 이후 그의 작품이 이곳에서 계속 나옴) 형은 도대체 어떤 인간이야? 알기는 알아? 형이라는 사람은 늘 모든 것을 매끈하게 다듬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형이라는 사람은 늘 온건해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야. 형이라는 사람은 남의 감정을 다치게 할 것 같으면 절대 진실을 말하지 않는 사람이야. 형이라는 사람은 늘 타협하는 사람이야. 형이라는 사람은 늘 자족하는 사람이야. 형이라는 사람은 늘 상황의 밝은 면을 찾으려고 하는 사람이야. 예의바른 사람이지. 모든 것을 참을성 있게 견디는 사람이지. 최고이 ..
설탕물 한 잔을 마시고 싶을때, 내가 서둘러 본들 소용이 없으며 설탕이녹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 조그만 사실은 큰 교훈을 지니고 있다. 왜냐하면 내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물질계의 모든 역사에 걸쳐 적용되는 수학적인 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시간은 나의 조바심, 다시 말하면마음대로 더 늘일 수도 없고 더 줄일 수도 없는, 나에게 속하는 지속의 어떤 부분과 합치되고 있다. 그것은 관념적인 것이 아니라 체험적인 것이다. 베르그손,『창조적 진화』 강신주, 『철학VS철학』, 그린비, 2010.
우리의 능력과 도구성, 또한 우리가 느끼는 것, 우리가 반응하는 것, 수동성의 영역들, 상호 의존성, 그리고 행동을 뜻합니다. 이 모든 것들은 이런저런 방식으로 오지요. (‥‥‥) 내가 젠더를 연구하면서 또는 성소수자와 젠더소수자를 연구하면서 발견한 것 가운데 하나는 이 문제가 대체로 다음의 질문들로 귀결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걷는가? 그들이 엉덩이를 어떻게 사용하는가? 몸의 각 부분들로 무엇을 하는가? 그들의 엉덩이를 어떻게 사용하는가? 몸의 각 부분들로 무엇을 하는가? 입을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가? 항문을 어떤 용도로 사용하거나 어떤 용도로 사용되도록 허용하는가? 다른 사람들의 구멍을 어떻게 다루는가? 당신이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은 어떤 것이고 그럴 수 없는 구멍은 어떤 것인가? 207..
오늘 발견한 화제의 글 드디어 창비도!! 창비스러운 리뷰어 모집(ㅋㅋㅋㅋㅋ)에 나섬 이라니..ㅋㅋㅋㅋㅋ당원모집이라니! 이시간 M사, Y사, 또다른 M사의 반응 M사는 반응 없음. 선두주자의 진중함인가 M사의 세계문학 목록은 현재 삼백권도 훌쩍 넘음. 창비는 삼십권... 이때 제기된 의문1. 공유가 안된다 음모론(ㅋㅋㅋ)추측 : 책읽기를 방해하는 세력의 공격일 듯 싶다 그렇다면, 책읽는당 당원신청은 어디로? : 여기로. 20명 모집. 대상 도서는 이미지 출처 : 창비 페이스북
배수아/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자음과모음 "그리고 그 자리에서 우연히 알게 된 '김철썩'이라는 시인이 나에게 시집을 선물하더군요."극장장이 잠시 사이를 두고 아야미에게 말했다."'김철석'요?""아뇨, 철썩, 김철썩.""설마 본명은 아니겠지요?""나도 그렇게 물었더니 자신이 만든 필명이라고 했어요.""왜 그런 이름을 지었는지도 설명하던가요?""자신의 관 위로 흙을 퍼붓는 소리랍니다." 58아야미는 웃지 않았다. 그녀는 말없이 조심스럽게 포크로 접시를 더듬다가 마지막 양고기 조각을 입에 넣었다."그는 이런 말도 하더군요. 자신은 타인을 설득하는 일에 한 번도 성공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극장장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래서 항상 뭔가 말을 걸면, 그 대답으로 세상은 흙을 한 삽 떠서 그의 무덤에 퍼..
주름, 라이프니츠와 바로크/질 틀뢰즈/이찬웅/문학과 지성사 옮긴이의 말 스피노자의 철학이 햇빛으로 가득한 한낮의 이미지를 갖는다면, 라이프니츠의 철학은 별빛으로 반짝이는 밤하늘의 이미지를 갖는다. 라이프니츠의 우주 안에는 무한히 많은 점들의 빛과 노래로 가득하다. 점들이 내포된 에너지를 방출하면서 빛나고 노래한다. 다시 말해, 형이상학적인 점들 또는 모나드들이 자기 자신을 펼치는 것은, 그것이 균형 상태의 무엇이 아니라 성장하는 무엇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라이프니츠의 철학은 '일그러진 진주', 즉 바로크와 특별한 관계를 맺는다. 253 우주는 무한히 다양한 곡률을 가진 곡선과 같고, 세계는 무한히 많은 사건의 유성(流星)들이 쏟아져내리는 밤하늘과 같다. 어두운 공간을 가로지르며 사건은 어디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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