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멈퍼드, 『예술과 기술』, 텍스트 바보란 본래 그리스에서 서로 의사소통할 수 없고 서로 이해할 수도 없는 완전히 개별화된 인간을 말한 것이 아니었나요? 176 예술가는 예술 작품에서 무엇보다도 먼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여기 있고, 내 속에서 삶은 하나의 형식을 취합니다. 나의 삶은 내가 그 의미와 가치를 완전히 습득하기 전까지 그대로 지나쳐서는 안 됩니다. 내가 보고 느끼며 생각하고 상상한 것은, 나에게 중요하게 여겨진 것입니다. 그토록 중요하기에 나는 상징과 형식이라는 공통 언어를 통해, 표현 그 자체의 행위를 통해, 나 자신 속에서 절정으로 끌고 간 어떤 집중과 열정적 환희를 가지고, 내가 보고 느끼며 생각하고 상상한 것을 여러분에게 전달하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예술의 힘을 빌려 나는 여..
셀프서비스 식당 "아우게이아스" 혼자서 식사를 한다는 것. 이것은 독신으로 사는 것에 대해 제기되는 가장 강력한 이의다. 혼자서 하는 식사는 삶을 힘겹고 거칠게 만들어버린다. 혼자서 식사하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은 영락하지 않기 위해 엄격하게 살아야 한다. 은둔자들은, 이것 때문만 인지는 모르겠지만, 검소한 식사를 했다. 음식은 더불어 먹어야 제격이다. 식사하는 것이 제대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나누어 먹어야 한다. 누구와 나누어 먹는가 하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예전에는 식탁에 함께 앉은 거지가 매 식사시간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중요한 것은 나우어 주는 것이었지 식사를 하면서 나누는 담소가 아니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음식을 나누지 않은 채 이루어지는 사교 또한 문제가 된다. 음식을 대접함으로써 사..
(...)첫 주부터 당신들 둘은 함께 지냈고 대부분의 시간은 침대에서 보냈다. 당신은 서로에게 동화를 읽어 주는 의식을 생각해 냈고, 6년 후 딸이 태어날 때까지 죽 계속해 왔다. 이런 식으로 서로에게 책을 읽어 주는 친밀한 즐거움을 발견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내가 라는 제목의 긴 산문시를 썼다. 마지막 열네 번째 편은 당신의 심장을 불규칙하게 뛰게 만든다. 그 시는 캐럴 가 153번지 3층 아파트 침실에 붙어 있다. 109-110 폴 오스터, 『겨울일기』, 열린책들, 2014. 당신에게 이야기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야기는 제 빛을 갖고 있지 않다 해도 멈추지 않고 남들이 빌려 가며 돌고 돌 것입니다. 나는 빌려 주고 도둑질하고 컸다고 조그맣게 변해 가는 달을 가져가겠습니다. 가장 작은 달, 겨울..
동문선 : 어제는 시작에 불과했다 어제 : 숨막히는 뒤표지 오늘은 아 이걸 어떻게 봐야하나 ????????? ???????????$%&*#@? 아마존!아마존이 나타났다! 아마존은 35$이상 무료배송이었습니다. 세 권(36$)을 담으니 4만원에 가까운 가격.. The Sense of Sight 원서를 사기로 했습니다. 한 줄은 제대로 읽을 수 있습니다. (강한 자신감)그리고 나는 도판을 보고 싶습니다. 저렇게 야한 그림이라구요? 믿을 수 없습니다. 프란스 할스의 그림이라구요! 이 도판은 뭔가 크게 잘못됐습니다. 아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하나 뒷면이 다 비치잖아요! 존 버거/이용은/동문선/2005
숲의 인문학/김담/글항아리 우리말을 알고 있는 사람이 썼다. 생강나무 꽃 생강나무 가지 끝에 화들짝 놀란 고라니가 골짜기로 냅뛰었다. 두 마리째였다. 지질한 날씨는 겨울인지 봄인지 분간을 어렵게 했으며 꽃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참꽃이 피고 생강나무는 거진 반 이울고 있었어야 했으나 이제 겨우 생강나무 노란 꽃 피워올렸다. 기다려야 할 아무런 까닭은 없었으나 길게 목을 빼고 꽃들을 그리워했다. 206 어쩌다 듬성드뭇 만나는 샛노란 생강나무 꽃잎을 땄다. 지나치게 어린나무도 피하고 아주 큰 나무는 어찌할 수 없이 따지 못했으니 만만한 나무에서만 꽃가지를 잘랐다. 돌이킬 수 없는 봄이었건만 등마루를 스쳐가는 바람결은 파랗게 날이 섰다. 참꽃은 서너 시간 숲속에서 헤덤비는 사이 딱 꽃잎 한 장을 보았을 ..
패스포트-김경주 산문집 당신과 나는 무릎이 닮아 있었습니다. 당신과 나는 새끼손가락이 둘 다 아주 길었습니다. 당신은 내 방에서 책을 보다가 고양이처럼 잠들었고 나는 당신의 방 안에서 창문을 열고 몰래 담배를 피운 적이 있습니다. 당신과 나는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던 날 동시에 서로 좋아하는 숫자를 물었습니다. 당신은 언제나 발에 꼭 맞는 분홍색 구두를 샀고 점원이 무릎을 꿇고 구두를 신겨주면 금세 얼굴이 빨개지곤 했습니다. 당신은 일요일 아침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운동복 차림으로 슈퍼에 들어가 우유를 사들고 오는 모습을 내게 보여주고 싶어했습니다. 당신은 언제나 내게 '이 세상에 없는 영화관의 주소'같은 시를 써달라고 했고 당신은 시골 버스를 타고 가면서 창문으로 내 옆모습을 훔쳐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지지 않는다는 말김연수 / 마음의숲 / 2012 에세이지! 그는 이렇게나 쉽게 쓴다. 그는 별 것도 아닌 걸 얘기하다 갑자기 다른 시간으로 뛰어간다. 나 잡아봐랏! 슈퍼마켓으로 가는 길은 하교하는 아이들로 가득했다. 더운 날이어서 아이스크림이나 먹으려고 냉장고 안을 들여다 봤더니 뜻밖에도 보석바가 있었다. '이게 웬일이람!'혼자 중얼거리며 보석바를 꺼냈다. 보석바를 입에 물고 다시 학교 앞으로 걸어가는데, 옛날 생각들이 많이 났다. 중학교 시절, 그 비슷한 여름날의 오후에, 운동 같은 것을 하고 난 뒤 아이스크림을 먹던 기억들 말이다. 내가 사온 보석바를 보더니 친구도 "어, 보석바가 아직도 나오네"라며 반색했다. 사실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만나서 지금까지도 심심찮게 만나는 친구였다. 둘이서 어렸을..
느림보 마음문태준 / 마음의숲 / 2009 문태준 첫 산문집. 손이 묻어나는 표지. 행간이 넓어서 글자가 한 줄씩은 더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뒷짐을 지고 천천히 걸어가는 그의 말씨. 그의 생활과 가족사이로, 느릿느릿 움직인다. 매병과 연못 매병을 가만히 보고 있습니다. 매병은 구멍의 어귀가 좁고, 어깨는 넓으며, 밑은 홀쭉하게 생겼습니다. 매병은 사람의 모습입니다. 다소 허리통이 큰 사람의 몸 같습니다. 수일 전부터 나에게는 매병을 즐겨 바라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기지개를 켜고 하품을 하고, 졸음을 이기지 못할 때마다 매병을 바라봅니다. 매병은 마음의 성成을 잘 지킵니다. 나는 매병을 볼 때마다 "차라리 스스로 뼈를 깨고 가슴을 갤지언정, 망령된 마음을 따라 악을 짓지 말아야 한다."는 말씀을 떠..
승효상,『건축, 사유의 기호』, 돌베개. 건축, 우리의 삶을 짓는 것 나는 건축이 우리의 삶을 바꾼다고 믿는 자이다. 부부가 같이 오래 살면 서로 닮는다는 것도 한 공간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까닭에 그들의 삶이 그 공간의 지배를 받아 같이 바뀐 결과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수도하는 이가 작고 검박한 공간을 찾아 떠나는 것도 그 공간으로부터 지배를 받기 원함이라고 여긴다. 윈스턴 처칠 경도 1960년 타임지와 회견을 하면서 이런 말을 하였다. "We shape our buildings; thereafter they shape us." 우리가 건축을 만들지만 그 건축이 다시 우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좋은 건축은 좋은 삶을 만들지만 나쁜 건축은 나쁜 삶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좋고 나..
꽃게 중에는 소리를 내는 종이 많은데, 그 조상들도 오래전 옛날부터 소리를 냈다는 사실이 화석을 통해 밝혀졌다. 이 조상 게는 줄과 채를 가지고 있어서 이것을 한데 비벼댐으로써 바다 속에 울리는 자기만의 음악을 연주했다. 꽃게들에게 이 음악은 같은 종들을 불러 모으기 위한 수단이었을 것이다. 오늘날에도 그 후손들이 연주하는 소리가 그치지 않는 것을 보면 그 방법은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현생 꽃게의 절반 정도가 비슷한 악기를 활용한다. 그렇지만 꽃게는 소리 말고도 다른 선택압력에 굴복함으로써 그 다양성을 크게 증가시켜왔는데, 그것이 햇빛이었다....꽃게 중 한 집단은 그들의 음악적 재능을 계속 지켜나갔지만, 나머지 집단은 소리 내는 능력을 서서히 잃어가는 동시에 빛을 반사하는 능력을 조금씩 획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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