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 선생 국경은 수평으로 된 수직 전혀- 라는 표현은 어떤 대상을 완전히 부정한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보인다. 그것이 '이해'의 문제에 쓰여 무엇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고 할 때, 말 그대로 화자는 이해의 바깥으로 밀려났다는 것을 시인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해 속에 (갇혀)있어서 밖으로 나올 수 없다는 뜻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것이 이해인지, 이해가 아닌지 스스로 살피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팽 선생을 읽고 느낀 점은 다음과 같다. 1 무슨 소리일까, 이해를 전혀 못하겠어. 2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것이 이해의 한 가운데이기 때문에 이해의 여부를 살피지 못하는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3 그러니까 나는 이해를 하고 있는지, 하지 못하고 있는지조차 판단할 수 없다. ..
당신, 풀릴 가망 없는 미스터리-겨울일기 첫 번째 이사는 월세 15만원이었다. 가끔씩 그 건물을 지나갈 때면 지금도 놀란다. 누군가 살고 있을까봐. 바닥은 따뜻할까? 라는 걱정이 반사적으로 떠오른다. 당시 그곳은 누군가 '살았다는 것'이 의심스러운 집이었다. 곰팡이가 주인이었다면 모를까. 그러나 군대에 간다는 세입자가 1년 하고도 6개월 살았다는 주인의 말에 쉽게 의심을 거두던 스무살이었다. 얼굴도 모르는 '그'에게 위안을 받았다. 서늘하다 못해 축축한 북향. 빛이 아스라하게 들어왔다. 해질무렵이 아침보다 환했다. 무엇을 보고 따졌는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무언가를 살폈고 근엄하게 계약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 다른 집으로 이사해야 했다. 네 벽을 타고 물이 기어 올라왔다. 보일러 배관이 터져서 불이 돌지 ..
전석순 - 사라지다 '리을'의 생태-'살아져'와 '사라져'에 대하여 '리을' 언니네 이발관의 노래 '가장 보통의 존재' 후렴부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사랑했었나요 살아 있나요~♪ 잊어버릴까 얼마만에♪..." 노래를 안다면 한 번 들어보자. 노래에 맞춰 부르다 보면 어떤 발음이 미끄러지는 순간이 분명하게 보일 것이다. 발음을 잡을 새도 없이 혀에서 스르르 빠져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노래를 꺼도 한 동안 미끄럽게 남아있는 발음, 바로 '리을'이다. '사랑했었나요'에 이어져 나오는 '살아 있나요'는 '사랑'이 '살아'로 변하는 순간을 잡아낸다. 그래서 사랑은, '살아있어' 라는 명령의 말을 간곡히 하는 것 뿐인지도 모른다. 너 거기 있어 달라는 부드러운 요청. 그러니 사랑하고, 살아야 하고, 또 사랑해..
1. 피그말리온과 말(言) 제목으로 알 수 있듯 이 희곡은 '피그말리온 이야기'의 뼈대를 빌려왔다. 알다시피 "피그말리온 이야기"의 핵심은 아름다운 조각상이 '피그말리온이 원하는 여자가 되었다'는데 있다. 우리의 주인공 히긴스는 자신이 가르친 대로 리자가 성공적인 말씨를 갖게 되는 것을 본다. 신화 속에서라면 피그말리온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야 하지만, 버나드 쇼는 사람이 된 조각상, 즉 갈라테이야가 자아를 가졌을 경우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야의 관계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해 했던 것이다. 피그말리온이 갈리테이야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 기도와 사랑이었다면, 히긴스의 경우 리자를 완성하게 한 것은 그의 말-그 가운데 '소리'라고 할 수 있다. 버나드 쇼는 피그말리온의 마법을 풀 열쇠로 '말-소리'에 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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