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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책이 팔리면 택배 기사님은 가볍고 작은 종이, <송화인 영수증>을 주고 가신다. 보통에는 전혀 눈여겨 보지 않는데 어쩌다가 무슨 면 무슨 리가 보이면 주소를 다 읽는다. 동네 이름을 하루 정도 기억해 둔다. '산북면'이라든가. 전혀 알지 못했던 동네 이름을 몇 번 말해본다. 이 책이 아니었으면 알지 못했을 주소들. '부재시 항아리 위에 올려주세요'를 적는 이도 있다. 오늘은 이렇게 눈이 왔는데, 푹푹 쌓였는데 산북면에는 해가 어떻게 들까. 소포를 머리에 종종 이는 항아리는 얼마나 둥글까. 그 항아리가 있는 집은 어떤 모양일까. 혹시 마당에 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산북면의 곧게 서 있는 나무들 기울어지는 그림자, 개와 항아리와 택배상자를 잇는 공간의 모양. 개가 짖고, 그곳에 내가 보던 책이 가고 있다. 책을 팔 때면 이런 것을 생각한다. 책이 도착할 곳의 냄새를 그려본다. 이건 내가 가는 일은 아니지만, 어느정도는 나였다가 흐릿해진 사람이 가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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