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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의 시작
김중일
두사람 지평선 왼쪽 맨 가장자리에서 공기로 빚은 얼굴
만 한 빵을 한입씩 나누어 베어 물듯 고요하게
왼쪽 맨 가장자리가 지구 한바퀴 돌아 오른쪽 맨 가장자
리를 따라잡기까지 순식간에
실업한 두사람 발치에 떨어진 풍선을 몰래 들듯 가만히
두 손으로 서로의 얼굴을 들고 온몸 부풀어 떠오르도록
입 맞대고 서로를 숨처럼 서로에게 불어넣고
어느새 달아오른 살갗 주름진 표정을 뒤집어쓴 두사람
온몸을 서로에게 구겨넣고 이제 멀리 떠나버리려는 듯
마지막으로 키스하는 두사람
서로의 몸속에 각자 온몸을 다 쏟아붓자 사라진 두사람
눈앞에서 남은 건 한주먹의 투명한 적막뿐
적막을 걷고 맨 앞으로 등장하는 두사람
숨소리로 빚은 얼굴만 한 빵을 한입씩 베어 먹듯 막 키스
를 시작하는 두사람
김중일, 『내가 살아갈 사람』, 창비,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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