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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신해욱

_봄밤 2015. 2. 16. 23:53




로맨스




신해욱


 -나라면 그러지 않았을 거야.

 뱀이 말했다.


 -나라면 그러니까,

 뱀은 기를 모았다.


 -아담의 갈비뼈를 모조리 부러뜨려 종이봉투에

담은 다음,

 뱀은 태권도 같은 것을 했다.


 -애틋한 마음으로 기합을 불어넣고,

 뱀은 심호흡을 했다.


 후


 후


 후


 -이렇게 정성껏 봉투의 입을 묶었을 거야.

 뱀은 복잡한 똬리를 틀었다.


 -나라면 오래오래 기다릴 수 있었을 거야.

 뱀은 겨울잠에 들려는 것 같았다.


 -나라면,


 -만약에 나였다면,





신해욱, 『syzygy』, 문학과지성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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