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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종류
이장욱
오늘의 햇빛은 감정을 지우는 데 쓸모가 있다.
공공장소에는 비둘기들이 어울려.
새들에게도 혈액형이 있고
그들만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꾸준히 거짓말을 하며 걸어다녀.
누군가는 매일 혈액형이 바뀌고
누군가는 피의 종류를 모르지만
아이들은 열심히 새로운 습관을 만들었네.
오늘의 날씨는 쉽게 솔직해져.
갑자기 쏟아지는 빗방울들이
자기 자신을 향해 나아가듯이.
길가에 납작해진 비둘기가 조금씩
길이 되어가듯이.
약국 셔터 아래로 신문들이 쌓이고
피를 뽑은 후에 사람들은
가벼워진 몸으로 다시
어제의 거짓말을 시작했다.
공공장소에서는 누구나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되고
피의 종류에 대해
해박해지고
이장욱, 『생년월일』, 창비,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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