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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그녀는 포장이 잘 된 계란 열구를 한 손에 들고 걸었다. 보폭을 따라 계란의 중심이 움직였다. 보이지는 않지만 동그란 움직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것이 손바닥을 통과해 몸으로 전해졌다. 그녀는 대답을 피하려는 듯 고개를 들었다. 하늘을 보니 언제나 이맘때쯤 어둑해지는 모습이다. 별 볼일 없었고 항상 지나는 모퉁이에 쓰레기가 산적해 있었다. 그때. 여전한 모습 가운데 못 보던 것이 들어왔다. 이런 집이 있었나 싶은 새로운 간판이었다. 청국장 생선구이가 한 칸씩 차지해 사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가로등 전선줄이 위험하게 엉킨 곳 바로 위였다. 생선구이는 가까스로 제 이름을 지키며 환했다. 가게 정문을 보니 평소 거의 사람이 없던 가게였다. 항상 그곳에 있었겠으나, 이 길을 걸은 지 두 달 만에 처음 본 간판이었다.
열 개의 움직임은 열개의 머리, 열개의 언어, 열개의...무엇이 될 수 있었던 움직임이다. 그것은 손바닥을 향해 같은 방향으로 흔들리며 들어왔다. 언젠가의 점심, 노른자를 잘 먹지 않는 그녀에게 언니는 물었다. 그런데, 병아리가 될 부분은 흰자라는 거, 알지? 그녀는 멈칫했지만 몰랐을 리 없다는 얼굴로 '응' 하고 태연하게 흰자를 쪼갰다. 쇠 젓가락은 흰자를 정교하게 한 입 들어갈 부분만 잘라내고 있었고, 바깥은 바삭하게 갈색으로 올라와 윤기 있었다. 노른자는 속을 채 익히지 않아서 더 샛노란 색이었을 것이다. 몸서리가 올라왔다. 언니는 젓가락을 가져가 노른자를 갈랐다. 과연, 속은 익지 않아서 투명한 개나리 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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