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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오고 구름이 끼고 비라도 내리지 않을까 그러면 당신을 붙잡을 수 있을텐데



천둥소리만 들리고 비가 내리지 않더라도 당신이 붙잡아 준다면 나는 머무를 겁니다


만엽집의 단가中



비가 오는 날은 무엇이 좋을까. 공기를 훼방하고 거리를 막아서는 비. 비가 오는 날은 무엇이든지 조금씩 늦고, 느리고, 늦게 된다. 이유는 분명치 않아도 '비가 오니까'라는 말이 둥글게 감싸준다. 햇빛으로 단정한 거리를 잠시 단절하는 비, 비는 쉬는 곳이고 도망하기 좋은 곳이다. 열다섯 살, 유난히 비를 좋아하는 소년은 유월부터 좋다. 이곳의 비는 분명해서 '여름'이라는 장소에만 내린다. 우리에게 15살이 얼마나 까마득한 나이가 되었는지 생각하고 그 짧은 시절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아찔해지는 것을 안다면 비와-여름과-열다섯 살은 과연 이어지는 데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아무렴, 열다섯이나 서른이나 그 시절이 짧기에는 매한가지다. 당신이 살고 있는, 의미를 딱히 붙이기 어려운 나이라고 해도 언젠간 '시절'이 돼버리니. 이 반짝거리는 열다섯에 빗대 지난한 시절이라고 매도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알다시피 두 번 만날 수 없는 시절은 다 같이 소중하고, 반드시 그곳을 지나서야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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