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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시 반쯤 국회에 도착했는데, 그때부터 버스는 우회했다. 도로를 통제하지는 않았지만 그쪽으로는 안 간다는 것이다. 기사님은 순복음교회에서 걸어가라고 알려주었고 그 버스에 탄 대부분의 이들이 시위를 하러 가는 사람들이었다. 국회 근처 스타벅스에 있다가 현장에 갔다. 일찍 도착해 점심 먹고 커피를 먹었다. 경찰 버스가 길게 끝없이 도로의 갓길에 세워져 있었고, 전국에서 대절한 고속버스가 쉴새 없이 도착했다. 사람을 한 차 내리고 어디론가 가고, 또 도착해서 한 차 내리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주 화순, 강원도, 어떤 영농회 등의 수십대가 도착하고 사람들이 내리고 깃발을 올리고 목을 겹으로 두르고 장갑을 챙기며 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낮에는 그렇게 춥지는 않았는데,
시위에 임박해서도 경찰이 도로를 풀지 않아 국회의사당 앞 대로가 너무 혼잡했다. 멈추지 말고 계속 이동하라고 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이 어려웠다. 집회 장소가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르고, 안보였고, 경찰에게 물어서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그곳에도 사람들의 안전을 위한 것인지 가두기 위함인지 경찰 버스가 줄을 길게 이어 있었다. 민주노총, 한노총, 그리고 세 번째로 여성단체의 사무국장이 발언을 시작했다.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전광판을 확인하며 알 수 있었다. 내가 감지할 수 있는 사람들은 시야에 보이는 사람들, 겨우 그 뿐이었다.
해가 지자 몹시 추웠다. 국회의사당역에서 여의도역으로, 여의도역에서 다시 여의나루 역까지 걸었다. 카톡, 인터넷, 문자가 되지 않았다. 무정차 한다는 안내문자는 받을 수 있었다. 밀려오는 사람들 사이를 겨우 지나며 내 키를 확인했고, 많은 사람이, 살아 있는 이 많은 사람이 한 곳에 있는 것이 무서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별로 절망할 것도 없는 뉴스를 보았고 한강의 연설문을 조금 읽었다. 방한부츠를 검색했다.
물에 떠서 헤엄을 친다는 것이 좀 이상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유유할 수는 없는 것이다. 수영을 가던 때가 행복한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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