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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으로 동네에 도착할 무렵에는 어떤 시에서 말하듯 배춧잎처럼 추척추척 걷는 느낌이다. 집에 가는 것만으로도 지치는데 기타는 무슨 일인가 싶다. 어깨가 축 쳐져서는 기타를 메고 처럭처럭 가는 길이었다. 어떤 가게 앞에 머리가 귀끝까지 오는 여자와, 볼이 꼭 닮은 아이가 찹쌀 꽈배기 같은 것을 오물오물 먹고 있는 게 아닌가. 저녁을 먹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었다. 두상이 잘 드러나는 까까머리가 보송보송했다. 여름이라도 퇴근 무렵에는 바람이 조금 선선해서 앉아있는 모습이 더워보이지 않았고 바람이 조금씩 불어오는 것이 햇빛 사이에서 다행스럽게 여겨졌다. 골목길을 들어가 일을 보고 다시 나왔는데 여전히 그들이 있었다. 아까는 마주보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같은 방향을 보면서 앉아있었다. 그리고 옆모습의 볼이 똑같이 동그랗게 움직였다!
그 여자와 아이는 알까? 여름 저녁날 어떤 가게 앞에 앉아서 찹쌀 꽈배기를 먹는 모습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했다는 걸. 나는 조금 행복해져서 기타를 쳤고 집에 가는 길에 동생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었다. 정말 볼이 똑같이 움직였다니까, 그 모습이 똑 닮았더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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