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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힘들었다. 농구하다가 울 뻔했는데, 농구를 잘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농구가 원하는 수행능력이 없다. 농구는 정말 지적인 운동인데, 모든 운동이 그렇지만 농구는 특히나 예측해야 한다. 상대편의 예측을 무용한 것으로 만들고, 우리 편의 예측을 현재로 만드는 운동이다.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면서 패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어렵고, 패스를 받거나 줄 수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 모르고 누구에게 공을 줘야 할지 모른다. 어디서 공이 날아올지도 모른다. 대신 수비는 끈질긴 데가 있어서 체급 차이가 아주 크지 않는 쉽게 뚫리지 않는데, 상대가 똑똑하게 패스를 하면 수비도 무용지물이다. 존 수비는 그럭저럭 역할이 정해져 있고, 그 자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게 좋다. 1:1수비도 일단은 명확하다. 상대편 한 사람을 짝 삼아 방어하면 되니까. 하지만 공격은 그렇지 않다.
농구에 대한 불만은 이렇다. 나는 게임을 별로 뛰고 싶지 않다. 하지만 농구를 배우는 궁극적인 이유는 모두 게임으로 수렴한다. 그런 점에서, 농구 동호회의 목표와 아니 농구 자체의 목적과 내가 가진 목적이 상이하다.
체력이 급격하게 빠지면서 뛰는 것 자체가 힘이 들고, 공이 들어와도 할 수 있는 게 별로 안보인다. 수비의 경우 조금 따라가긴 하지만 내 자리는 어쨌든 골대에서 먼 지역이기 때문에 윗선이 무너져서 골대 주위를 방어해도 점수를 뺐긴다. 이겨서 기분이 좋은 것이 아니고(왜냐하면 상대는 기분이 나쁘므로) 그렇다고 져서 기분이 좋을 리도 없다. 경기로서 농구의 재미는 대체 무엇일까.
그날도 어쩔 수 없이 게임에 뛰었는데, 나는 내가 안들어가고 3:3을 했으면 싶었다. 농구는 5에 가까워질 수록 재미가 있으니까(?) 4:4를 했지만 결국은 재미도 없고 잘 못 뛰고 허탈했다. 그런 게임은 하고 싶지 않다. 나는 그저 농구공을 잘 다루고, 원하는 거리에서 슛을 넣거나, 여기서부터 뛰어들어가 레이업을 하면 좋겠다. 궁극적으로 나 혼자만의 효용을 바라는 목표.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게임에 참여하지 않고 농구를 배울 수 있을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누구나 악기를 배우지만 악기를 배우는 것의 목표가 모두 공연은 아닌 것처럼. 나 혼자 연습하면서 듣는 소리 자체로 만족하고 싶다. 내가 지금 기타를 배우는 방식이 그렇다. 그정도면 충분한 목표, 충분한 연습, 충분한 취미. 나는 그 이상을 넘어가고 싶지는 않은 마음을 뭐라고 해야 하나. 이렇게까지 땀에 모두 젖어서 집에가고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니 물으면, 머리 끝까지 젖은 내가 대답을 하지 못한다.
당신의 연애가 그런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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