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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슨 가족이 사는법>이라는 책을 보고 있다. 글항아리에서 나왔다. <심슨 가족>을 보고 철학자들이 아리스토텔레스, 노자, 니체, 칸트, 바르트, 누스바움을 데려와 해석한다. 

아껴 읽는 건지 읽지 않는 건지 벌써 2주째 읽고 있는데, 어젯밤 16장을 읽다가 너무 웃긴 말이 있어 적어 놓는다. 

 

E.B 화이트가 경고하기를 "유머는 개구리처럼 해부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뭔가를 죽이게 된다. 순수하게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인간만이 그 내장을 보고 낙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건 마르크스를 데려와 심슨 가족을 분석하는 제임스 M. 윌리스의 글 첫 문단이다. 마르크스는 이름만 알고, 제임스 M. 윌리스는 모르고 그가 인용한 E.B 화이트의 말이 웃기다. 물론 E.B 화이트도 모른다. 검색 결과가 맞으면 그의 이름은 엘윈 부룩스 화이트로, 영작문의 전설이라고 한다. 사진을 보니 웃긴 말을 잘 했을 것 같다.

샬롯의 거미줄이라는 동화를 쓴 사람. https://www.huffingtonpost.kr/duksung-joh/story_b_6087742.html

 

영작문의 전설 E.B. White가 우리에게 주는 도움

E.B. White (1899-1985)는 미국의 독보적인 교양 주간지 The New Yorker에서 50년간 대표적인 필자로 활약했으며 미국인들에게는 전설적인 수필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The Elements of Style"은 미국의 고등학생

www.huffingtonpost.kr

샬롯의 거미줄은 1952년도에 나온 책인데 역시 이름만 알고 있다. 거미 샬롯이 아기 돼지 윌버를 구하는 이야기라고. 

 

유머를 설명하는 일이 그래서 재미가 없었구나. 그 안에 들어 있는 함의를 이미 알고 있어야 하니까. 

 

그런데 세상에는 웃는 일로 다 드러나는 치졸함도 있다. 

 

<고요 속의 외침>이라는 게임이 있다. 아주 오래된 게임인데, 생각하면 초등학교 때부터 방송에서 봤던 것 같다. 말하자면 20년 내내 방송에서 나오고 있었다는 것. 규칙은 귀를 막고, 입모양만으로 한 단어를 처음에서 마지막 사람까지 전달하는 것이다. 그 안에서 종잡을 수 없는 오답이 나오고, 애를 쓰지만 절대 맞추지 못하며, 처음과 다르게 너무나 뜻이 달라진 단어를 보면서 웃는 일이 있었다. 

 

이건 최근까지도 예능의 트렌드로 계속되는 것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BwyhTrrLJrg

<아는 형님>에서 나오는 고요 속의 외침이다. 아... 아는 형님은 단어부터 싫은데, 어떤 게 싫으냐하면 모든 단어가 싫다. '아는' 것도 싫고 '형님'도 싫다. 여기서 '알다'라는 말이 중의적인 척 하는 것도 싫다. 왜 아이돌 컴백이나 드라마 홍보 차원으로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지 거기서 왜 장기자랑을 해야하는지 너무 싫지만 그만 하고...

 

카이가 나와서 (어쩔 수 없이)봤다. 그리고 고요 속의 외침에서 생각지도 못한 단어를 말하면서 당황해서 웃겼다. 

어느날 동생이 이걸 보고 있는 내게 말했다.

 

그거 농인이 싫어하는 게임 중 하나래. 

 

그러자 정신이 들었다. 입모양을 보고 이해하는 일이 평생인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대신 수화라는 언어가 있다.

어떤 삶이 우스꽝스러워지는 일을 대체 누가 허락하는 걸까?

 

유머를 해부하면 뭔가가 죽어나지만 사람이 다치는 것보다 훨씬 낫다.

 

시작에서 예상했던 끝은 이게 아닌데 이렇게 왔다. 읽을 때만 해도 유머를 설명하려고 하면 왜 재미가 없는지를 탁월하게 설명했다고 생각했거든. 진지하게 유머를 해부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수화를 춤으로 데려온 BTS의 노래를 끝으로 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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