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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 카이 직캠에서 놀라운 요소가 너무도 많지만 그의 춤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을 엄숙하게 하나만 말해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사를 함께 봐야한다. 

 

EXO 엑소 '전야 (前夜) (The Eve)

 

똑바로 봐 What's the situation
당황한 너의 시선 너머
끝내 무너지는 성벽
차츰 밝아오는 새벽 Yeah uh

끝없이 이어지고 있어
무딘 칼날 끝에 잘라내지 못해
계속 반복되는 문제 Yeah
미처 풀지 못한 숙제

높은 벽 앞에 스러지던
작고 약한 바람 소리가
뒤엉켜 폭풍처럼 몰아치는
소릴 들어봐

깨고 부딪쳐야 해
우릴 볼 수 있도록
크게 소리쳐야 해
멀리 번져가도록
여린 빛들이 번져가
긴 어둠을 다 몰아낸 순간
다시 깨어나야 해
새로워진 아침에

오만한 시선들로 날 봐
이미 다른 출발선 위에 앉아
까마득한 거리 Yeah
닿지 않을 듯한 외침

짓밟힌 채로 자라나던
간절한 수많은 꿈들이
보란 듯 담장 너머 피워낸
풍경을 바라봐

깨고 부딪쳐야 해
우릴 볼 수 있도록
크게 소리쳐야 해
멀리 번져가도록
여린 빛들이 번져가
긴 어둠을 다 몰아낸 순간
다시 깨어나야 해
새로워진 아침에

왜곡되는 진실 가르쳐진 거짓
변화의 목소리 파도가 일어
전부 집어삼킬 바다를 만든 건 It's you

깨고 부딪쳐야 해
우릴 볼 수 있도록
크게 소리쳐야 해
멀리 번져가도록
여린 빛들이 번져가
긴 어둠을 다 몰아낸 순간
다시 깨어나야 해
새로워진 아침에

 

특히 주목하고 싶은 춤과 가사의 부분은 바로 여기다.

높은 벽 앞에 스러지던/ 작고 약한 바람 소리가/ 뒤엉켜 폭풍처럼 몰아치는/ 소릴 들어봐

 

'작고 약한 바람소리가'를 소환하는 부분에서 양손을 귀에 가져가는 모습, 그리고 이어서 '뒤엉켜 폭풍처럼 몰아치는'부분을 보여줄 때 오른손은 등 뒤 허공에서 불현듯 탄생한다. 3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에 한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다움의 어떤 결정체.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떠올랐다. 그가 어떤 영상에서 했던 말이. 그 전문은 확실하지 않은데, 다음과 같은 뉘앙스였다.

 

(음악이 어디선가 시작되고 있다. 나는 그것을 듣고 있다가 음 하나를 건반으로 가져와 연주를 시작한다)

 

카이의 춤 역시 어디선가, 언제부터인가 계속 반복되고 있었을 태고의 몸짓 하나를 가져오는 것처럼 보인다. 과장을 더하자면 인간의 모습을 빌린 신 같기도 하다. 갑자기 탄생한 오른손과, 불현듯 만들어진 양손의 귓고동에서 관객은 아주 오래된 메세지를 듣고, 거기에 귀 기울인다.

 

카이의 춤은 시간으로 따지자면 아주 오래된 것이다. 얼마나 오래일까? 불을 발견했을 무렵? 혹은 처음 토기를 만들었을 무렵. 혹은 첫 전쟁을 시작했을 무렵. 춤은 함께 듣게하고, 다음을 궁금하게 하고, 추는 이를 두렵게 하고 경외하게 설득한 아주 오래된 방식이다. 

 

이 글자를 다 마치자 그는 춤을 끝내고 걸어온다. 무대에서 내려와 다른 사람처럼 물을 먹고 저녁을 하고 잠을 잔다. 인간의 몸을 익숙하게 사용하는 사람. 

 

카이의 춤은 더 면밀하게 이야기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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