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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유>노래를 들었다.
나는 노래 <까미유>에서 까미유가 까미유 클로델이라고 생각했다. 까미유 클로델은 로댕의 제자이자 연인이었다. 로댕은 당시 아내도 있었고, 아이도 있었으며, 까미유와 나이 차는 24살이었다 로댕의 작업실에서 제자 겸 모델로 활동했고, 연인으로 발전한다. 이후의 이야기는 아는대로다. 로댕의 많은 작품을 클로델이 함께 했지만 그의 그늘에 가려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나중에 클로델은 로댕과 관계를 정리하고 독립하지만 조력자들을 한 번에 잃어버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클로델은 정신병을 얻었고, 30년을 정신병원에서 보냈고, 1943년에 죽었다.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europe/784350.html
노래를 들어보니 <까미유>노래의 까미유는 모네의 연인을 말하는 거였다.
까미유는 모델로 일하면서 모네와 만났다. 사랑했을 것이다. 모네의 아이를 가져서 결혼했고, 까미유는 가난 속에서 죽었다. 32세. 모네는 <임종을 맞은 까미유 모네>를 그림으로 남겼다.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3568587&cid=58860&categoryId=58860
사랑하는 이를 비유하기 위해서 <까미유>를 가져왔겠지만 어떤 까미유가 되었건 까미유는 비극적인 이름이다.
까미유가 아니라 사랑의 현현인 어떤 이름을 아무리 가져와도, 사람을 '작품'에 빗대 사랑을 노래하는 것. 모네가 활동했던 19세기에는 아름다운 일이었을지 몰라도 2세기가 지난 지금엔 유효기간이 지났다. 여전히 사랑하는 네가 아름다운 모습으로 있어주기만 해도 된다고 노래한다니. 연인을 사람이 아니라 무생물처럼, 수동적인 인간으로 그리고 있다. 너의 아름다움을 칭송하는 일은, 왜 내게 그 아름다움이 보이게 되었는가로 시작해야 한다. 표정은 신체가 한다. 신체는 살아 있으며, 의지에 따라 움직인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는 그렇게 짓게 되는 너의 몸짓, 너의 '의지'에 한해 움직이는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까미유는 한참 전에 죽었고 이 노래는 현재의 까미유, 나의 뮤즈에게 바치는 노래일 것이다. 그러나 21세기에 있는 청자를 고려한 발화가 성공적이었나를 생각해본다면 '시대유감'이라는 대답이 적확할 것 같다. 남성으로 추정되는 화자가 여성이 청자일 가능성이 많은 노래를 했는데, 청자에게 결코 닿을 수 없는 노래를 한 셈이다. 석고상처럼 아름다움을 추앙받는 청자, 청자의 의지를 알아듣거나, 그것을 응원하지 않는 화자의 일방적인 노래... 이것은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처럼 화자가 되고 싶은 이들의 사이에서'만' 불리고 들리게 된다. 그들은 언젠가의 청자를 염두하며 이 노래를 듣지만 결코 어떤 청자에게도 닿지 않을 노래가 잘(?) 되는 양상이 예상된다.
한편으로는 이런 추측도 할 수 있다. 연애 노래지만 화자와 청자를 잇지 못하며 서로를 이해불가능한 것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인구를 관리하는 국가 차원에서는 이 노래는 가뜩이나 하락하는 결혼과 출산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취업-연애-결혼의 삼박자가 엇박자도 내지 못하는 가운데, 어쩌면 이 모든 것을 안정시킬 생각이 보이지 않는 정부 엿먹어라 하는 심정으로 이 모두를 계산해 사랑에 영원히 닿지 못하도록,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도록 이뤄진 청춘을 홀로 두겠다는 고도의 계략은 아니었을까. 까미유는 은유인 것이다. 모네에게는 자신의 그림양식에 무한한 영감이었겠지만, 그 영감의 종착지는 너무나 젊은 죽음이 기다리고 있었다..!! 모네에게는 완벽한 까미유였지만, 까미유에게 그런 까미유 자신은 뭐였을까? 까미유는 무엇을 잘했을까? 무엇을 하고 싶었을까? 당신의 진정 까미유에게 관심이 있다면, 내가 바라보는 까미유, 그저 대상으로 놓는 아름다움을 칭송할게 아니라 까미유가 갖고자, 찾고자 하는 무엇을 궁금해해야 하는게 아닐까?
사랑하는 연인은 서로의 뮤즈가, 영감이 되어야 하고, 함께 있되 자신의 것을 그리는 예술가로 있어야 한다. 예술가는 꿈꾸는 이, 비슷한 말로 치환 가능하다. 뮤즈도 이상적인 말이지. 서로를 응원하는 가장 힘찬 응원가만으로도 충분하겠다. 나라면 모든 문장을 쳐내고,
마지막 문장부터 작사를 시작하겠다.
"춤을 출 거야 춤을 출 거야 춤을 출 거야"
http://music.naver.com/album/index.nhn?albumId=2005578&trackId=17751152
그게 어떤 춤인지, 무엇을 위한 춤인지, 그 춤이 얼마나 고된지, 그러나 얼마나 아름다운지, 혼자 추는지, 혹시 중간에 네가 오는지, 네가 내 손을 끌고 추는 춤인지, 너의 땀과 나의 땀이 한 방울이 되는 순간이 어떻게 오게 되는지. 이건 내가 방금 말하고도 놀랬네. 너무 야하고..좋잖아.
노래 <까미유>감상기 끝.
+
가사가 있는 노래는 그게 얼마나 전달되느냐와 상관없이 이미 가사에 많은 부분을 할해한다. 목소리는 악기들 중 하나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의도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가사가 노래에서 차지하는 영향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이에게는 클래식을 권한다. 그곳에 가사는 없지만, 듣는이마다 다가오는 감동으로서의 가사가 떠오르기 때문이고, 그때의 해석은 가사가 있어서 들리고야 마는 노래에 비할 수 없이 자유롭다.
그러나 가사가 있는 부분에 한해서, 가사는 너무나 많은 것을 담는다. 특히 가사가 악기만큼이나 박자와 리듬을 가져가는 랩은 이것을 노래하는 이들의 거의 모든 것이 보일 수 밖에 없다. 잘 들리기 위한 노래의 형식을 파괴하면서 좁은 마디마다 쏟아내는 가사는 결국 자신의 사상을 박아내고야 말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오래 흔들 수 있는 사상을 원천으로 부르는 자들이 오래간다. 결국은 이 가사를 어떻게 쓰고 전달해 듣는 이를 어떻게 흔들것인가의 게임인데, 얄짤없이 무엇보다 머리싸움이다.
더 적자면, 힙합은 완전히 1인칭의 발화다. 자조하고, 분노하고, 그 속에서 누군가의 의견을 묻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이, 자신만의 것을 이야기한다. '나'의 굉장한 주관으로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장르는 타협이 없고, 그래서 저항의 아이콘이었다. 쇼미더머니가 시즌 6을 맞이한 지금, 여전히 대다수의 참가자들은 성별 '남자'를 견지하고 있다. 이게 무슨 뜻인가 하면, 아직 여자들의 말하기는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는 거다. 개인적인 장르로서 힙합의 발원과 부흥이 이제서 왔다고 한다면, 대부분이 남성으로 이뤄진 화자들의 이야기가 이제 막 올라오고 있는 것 같다면, 지금까지 보이지 않는 이들의 이야기는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봐야한다.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여러가지다. 힙합은 남성의 장르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프레임이다. 정치는 남자의 영역이고, 여자는 집안일을 잘하고 적성에 맞는다와 한치도 틀리지 않는다. 그건은 성별의 적성이 아니라, 인간의 적성이다. 그렇게 이 사회가 만들어왔다. 억압된 감정을 말하고 싶은 욕망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는다. 그것이 남성에게 한하며, 자연히 남성의 이야기를 실어왔던 점을 설명해 보자. 그를 제외한 사람들은 자신의 것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거나,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이 아직도 되지 않았거나. 일 것이다.
노래 <까미유>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이 이름을 갖고 있는 이들의 생을 '인간 아닌 것'으로 이해한다는 점이다. 그런 여성의 삶을 모티브로 삼아 현재 나의 애인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불러준다는 점에서 매우 비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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