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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안을 수 없음...'
피부는 굉장히 많은 것을 이야기 한다. 미끄러지며, 부드러우면서, 혹은 소름이 돋은 채로, 병 들어서. 만질 수 없는 홍반으로. 사람은 만지는 것은 더 없이 그 사람을 만드는 일이다. 보는 것과 달라서, 피부에는 일반적인 언어가 아닌 무엇이 있다고 믿게 된다. 온도를 전하고, 피부에 힘을 더하고.
더 꽉 안고 싶은데, 이미 꽉 안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안을 수 없을 때가 있다. 안고 있는 이가 내가 아님을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기도 해서. 조금 더 안고 싶다면, 안고 있는 너와 내가 조금씩 스러지거나 스스로가 아니게 되어야 한다. 맞대고 있는 살은 여기까지다. 아무리 원해도 네 심장에 닿을 수는 없는 일. 너는 내가 될 수 없음. 그러나 나는 너를 사랑해서 완전하게 너를 안고 싶다. 그러자면 너는 사라지고. 그럴수록 안게 되는 건 나 자신이다. 내가 사라지도록 안아달라는 전언, 네가 부서지도록 안겨달라는 요청.
오지은 공연을 다녀왔다. 몇 개 노래는 기타를 치며 부르기도 했던 건데, 그런 시간이 있다는 것도 까먹을만큼 오래된 노래들이었다. 외로운 무대에서 앞에 앉아 있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염려하면서도 자신을 표현해야하는 고독이 보였다. 그 고독은 모두 그녀의 것. 염려되기도 했으나 그녀는 그런 자리가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었다.
<당신이 필요해요>와 <華화>는 병든 노래다. 당신에게 할 수 없는 말을 노래로 만들었다. "당신의 눈과 마음과/ 몸까지 전부 나에게 주세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가끔 듣는다. '내가 필요로 할땐 그게/ 한밤중이라 해도/ 특히 오늘 같은 새벽엔/ 어서 날아 여기로 다가와/ 내 머리속' 무너진 말들이 이어진다. 나 혼자서 꺼낼 때 창피와 수치를 내가 말하고 내가 듣게 된다. 너에게 말할 수 없으나 말하고 싶은 바람을 그녀는 썼고, 말하는 나를 용서하기 쉽지 않은 노래를 오지은은 불렀다. 내가 들었던 것은 그냥 노래가 아닌 미친 용기, 그 병듦을 받아들이기. 이십대의 한 켠이 엉망이었지만 그 모양을 다시 부러 곱게 만들지 않아도 되었다. 엉망으로 쌓인 시간을 해치지 않고 남아, 다른 날들로 넘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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