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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텐프로, 빛, 살인범 애인, 형사, 범인을 잡기 위해 조직의 일원으로 잠입하는 형사. 사랑, 일까.
싶은 영화는 많았다. 이 사이에 '무뢰한'이 있다. 똑같죠 뭐. 라는 듯한 포스터로 뻔뻔하다. 영화는 이전과 '다르다'고 크게 말하는 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 영화를 봐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은 이런 클리셰를 박차고 나올것으로 기대되는 두 배우같다. 영화는 여름인데 스산한 가을을 연출한다. 계절을 어긋나는 스냅에서 동류의 영화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를 예상해 본다. 말하자면 사랑에 대한 '다른 태도' 같은 것.
영화 내내 정재곤(김남길)은 정장을 입고 지친 기색이 없다. 이런 삶 '따위'에 끈적거리면서 붙들려 (열심히)살고 싶지 않다는 것처럼 말이다. 김혜경(전도연)은 특별히 순수해서 박준길(박성웅)을 사랑하는 것 같지 않다. 그 바보같은 순수는 박준길을 바라보는 가여움일 것이고, 박준길의 눈에 비치는 자신의 가여움을 최대로 안는 것일테니까. 이것은 그녀가 돈이나 자신의 한 때로도 지키지 못했던 것이다. 한 사람은 삶에 이상하리만큼 의미가 없고, 또 한 사람은 삶에 지나칠 정도로 의미가 부여됐다. 남자(김남길)는 이름을 바꾸고 여자(전도연)에게 접근한다. 이들에게 다른 삶의 가능성이 있을까?
여름을 종일 뛰어다닌다. 그래서 마침내 얻는 건 서로의 눈빛 하나인데, 그건 누구에게 보여줄 수도 없고 다시 서로에게 물어서 진위를 확인 할 수도 없는 거였다. '사이'였다고 할 수 없는 사람들이 그것을 서로 내밀어 보이며, "진짜예요?" 라고 묻고 싶은 비참한 순간을 영화는 조금도 허락하지 않는다. 영화 말미 정재곤이 비틀거리며 보여주는 '진짜'는, 김혜경이 어떻게도 가질 수 없었던 행복이었으나. 그러나 토할 수 밖에 없었던 행복을 대체 뭐라고 불러야 하나. 이 장면으로 두 사람이 삶의 한 때나마나 사랑했을거라는 말이 무슨 소용일까.
다만 지겹게 자주 불리는 것들, 가령 '진'-으로 시작하는 '진심'이나, '진짜'같은 것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다. 영화는 그런 것을 설명하는 데에는 이렇게 전부 자신, 전부 나를 걸어야만 '비로소'라는 것을 알려준다. 생의 가장자리가 너덜거리며 진창에 끌리는 곳에서도 그것은 이렇게 엄숙할 수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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