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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빈 창을 바라본다. 깜빡이는 커서. 열두 시 반인가 한 시까지.
한 두줄 적다가 창을 닫는다.
쓸 말이 없다.
엊그제는 병원을 다녀왔는데, 그가 안다면 '너는 성한 데가 없구나' 말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성한데 없음으로 겨우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어리석은 사람.
내게 손이 없다면 어떻게 손이 아플 수 있겠니.
모든 곳이 아프다는 것은 결국 모든 곳이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겠니.
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는 원한다면 모든 곳이 아름다운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내가 아닐 것이다.
언젠가 나는 그에게 오금을 보여주었다. 그건 내가 아주 보여주고 싶었던 오금이었다.
다 나았어. 라고 했다.
흉터는 여전했지만 분명히 다 나은 것 같았으므로
그러네. 진짜네. 라고 그는 대답했던 것 같고
생각해보니 십 오년 만이었다. 내가 그 말을 하기까지 걸린 시간.
나는 그런 말을 또 기다리고 있다. 기다리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도 분명히 기다리고 있다.
설마 또 십 오년이나 걸리지는 않겠지. 하는 마음이다.
지난 달은 피부가 군데군데 걷어내졌다는 느낌으로 살았다.
말하자면 화상을 입은 상태가 아니었나 싶다. 낫는 과정이 맞나요? 라고 주저하다가 물어보았다.
순조롭다는 대답. 한 달을 넘기면 괜찮아 질거라고 했다. 그 말이 앞을 붙들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믿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이다.
아픈 사람.
종교를 이해한다.
눈을 감고 기도하는 새벽을
티스토리 블로그는 모든 면에서 네이버보다 불편하다.
불친절하다.
옮긴 이후로 유입이 줄었을 뿐만 아니라 같은 기호인을 찾기 어렵다.
연결이 잘 되지 않는, 사람들이 찾아오기 힘든 섬에 있는 느낌이다.
처음 이 블로그를 만들었을 때 가능하면 완성된 글을 올리고 일기같은 것은 쓰지 않았으면 했다.
내가 배제되었으면 했다.
하지만 나는 오래 쓰던 이름 '봄밤'이라는 닉네임이 아니고서는 한 글자도 쓰지 못하겠더라.
내 이름만큼이나 내 이름이 된 것이다. 이건 아주 재미있는 사실인데,
언젠가 또 길게 쓸 수 있을 것이다.
내 이야기를 쓰지 않는다면 다른 어떤 글을 올려도 재미가 없었다.
아주 개인적인 공간이 되었으므로 자연히 알리는 것을 꺼리게 되었다.
이게 내가 만든 괴리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곳은 계속 이렇게 섬으로 움직일 것 같다.
어디가 아팠다던가, 누구를 만났다던가, 쓸데없이 웃는 일도 있었다든가.
그런 얘기를 쓰고 아무도 안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살아도 괜찮지 않겠니.
아니 아무도 안읽었으면 좋겠는데 당신은 꼭 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보이진 않니.
나는 잘 지내고 있다.
사랑하기 힘든 일상을 사랑하려고 애쓰고
내년이나 내 후년이 잘 안보이는 막막을 생각하다가도
배송이 완료되었다는 귤 한 박스 알림을 생각하면 그런대로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배구 경기를 보고싶다.
이렇게 몸이 공중에 떠서 공을 때리고
공과 거의 동시에 떨어지는 무릎을 보고 싶다.
시간을 때릴 때 어떤 소리가 나는지,
그 파열음을 받아내 다시 시간을 살리는 시간을 보고 싶다.
경기가 끝나는 순간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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