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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약간 우울한데, 첫째는 시간이 벌써 한 시가 다 되었기 때문이고
둘째는 이때까지 아무것도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셋째로, 이런 생활이 길어질까봐 겁이 나기 때문이다.
공자는 염구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괴롭구나?"
하고, 매우 동정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염구의 족제비는 그 목소리를 듣고 급히 머리를 숙였다. 마음속 깊이 어떤 느낌이 그의 가슴에 가득히 흘렀다. 그는 어머니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듯한 느낌이 되어, 마음껏 응석이라도 부려 보자 생각했다.
"예, 괴롭습니다. 왜 저는 솔직한 마음을 열지 못할까요? 언제까지 이래서야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는 데도 결국 헛수고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자네 마음은 잘 알겠네. 그러나 괴로움은 괴롭지 않은 것보다는 오히려 좋은 것이야. 자네는 자신이 괴롭게 된 것을 하나의 진보라 생각하고 감사해도 좋고, 일부러 절망할 필요는 없지."
"그래도 선생님, 저에게는 진실한 도를 다하려는 소질이 없습니다. 본디 헛수고만 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비겁자입니다. 거짓된 자입니다. 그래서....."
하고 염구는 재빨리 어떤 속박으로부터 해방되려는 듯이, 함부로 자신을 헐뜯기 시작했다. 그러자,
"입 다물게."
하고, 엄숙하게 공자의 목소리가 울렸다.
"자네는 스스로 자신의 결점을 늘어놓고, 자신의 기분을 편안하게 하려는 것인가? 그런 짓을 할 틈이 있다면 왜 좀더 괴로워하려 않지?
자네는 본디 자신에게 그 힘이 없다고 한 것을 변명하듯이 말하지만, 정말로 힘이 있는지 어떤지는 노력해 본 다음이 아니면 알 수 없어.
힘이 없는 자는 중도에서 쓰러지지. 쓰러져서야 비로소 힘이 달린다는 것이 증명되는 것이지. 쓰러지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힘이 부족하다고 예정하는 것은
하늘에 대한 모독이지. 무엇이 악惡이다 말한다 해도 아직 해보지도 않은 자신의 힘을 부정할 정도의 악은 아니야.
그것은 생명 그 자체의 부정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러나......"
하고 공자는 조금 목소리를 낮추어서,
"자네는 아직 마음으로부터 자네 자신의 힘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야. 자네는 그런 것을 말해서 내게 변명함과 동시에 자네 자신에게 변명하는 것이지.
그래서는 안 돼. 그것이 자네의 가장 큰 결점이야."
염구는 자신으로서는 숨겨둔 족제비의 머리가, 공자의 눈에는 조금도 숨겨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적잖아 낭패했다.
공자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논어. 58~59P 현암사.
冉求曰
非不說子之道
力不足也
子曰
力不足者 中道而廢 今女畫
염구(冉求)가 공자에게 말했다.
"저는 선생님의 가르침을 싫어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힘이 부족할 따름입니다."
이에 공자가 말씀하셨다.
"힘이 부족한 사람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노력해보고 난 후 포기한다.
그런데 너는 스스로 한계를 긋고 있다."
『논어(論語)』 「옹야(雍也)」편
염구는 공자가 높이 사던 제자였으나, 훗날 공자에게 파문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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