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우리 약국 갈까
임승유
소풍이라도 가자는 것처럼 말하니까
호루가기가 생각났다 호루라기를 부니까 노을이
번지기 시작했다 피가 돌기 시작했다 손끝까지 가서
불끈 쥔 주먹이 될 거야 숨이 턱까지 차오를 거야 핀
셋으로 아스파라거스를 뽑아냈다 목에 걸린 달리아
가 호루라기는 고여 있다고 말한다 하늘이 텅 비었
다고 말한다
지렁이도 질병사를 할까 귀뚜라미는 구름은
더 작아지고 싶다면 약국에 가는 거다 약국은 알
약들의 세계 분말들의 세계 목구멍의 세계
의자처럼 창백하다는 건 뭘까
에 대답하기 위해 우린 약국에 가고 있었던 거잖아
오렌지가 먹고 싶었다면 소풍을 가자고 하지 그랬
니 대관람차를 탄 것처럼 피로하구나 오렌지가 먹고
싶었다면오늘 아침의 신발 정리와 수첩과 물병을
다 합쳐 오렌지가 먹고 싶었다면
우리 소풍 갈까
그렇게 말하지 그랬니
임승유, 『아이를 낳았지 나 갖고는 부족할까 봐』, 문학과 지성사 2015. 9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일은 중국술을 마셔요-이장욱 (0) | 2015.10.21 |
---|---|
다음 생에 할 일들-안주철 (0) | 2015.10.19 |
풍속-황인찬 (0) | 2015.09.26 |
가시를 위하여-김선재 (0) | 2015.08.09 |
키스의 시작-김중일 (0) | 2015.07.20 |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
TAG
- 대만
- 이영주
- 문태준
- 상견니
- 책리뷰
- 현대문학
- 이준규
- 배구
- 네모
- 뮤지컬
- 희지의 세계
- 1월의 산책
- 정읍
- 서해문집
- 지킬앤하이드
- 민구
- 이장욱
- 김소연
- 나는 사회인으로 산다
- 피터 판과 친구들
- 일상
- 후마니타스
- 한강
- 열린책들
- 차가운 사탕들
- 이문재
- 진은영
- 이병률
-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
- 궁리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