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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결혼식이 있다고 해서. 나갔다. 중간에 한 번 더 갈아타야 하는데 모르고 출구로 나왔다. 전혀 다른 지형을 보고 놀랐고 경찰에게 물었다. 경찰은 이곳에 이마트가 있나요? 하면서 의아해 했지만 어쨌든 4번 출구로 가시면 되는거죠? 라며 4번 출구를 알려주었고 4번 출구를 찾으러 횡단보도를 두 번 건너는 동안 이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마트는 없었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내렸다. 길을 건너고 육교를 올라가 성당에 도착했다. 이미 식이 시작한 후라 문은 닫혀 있었고 거길 열고 들어 갈 마음이 없었다. 성당 안에서 책을 읽었다. 한 시간이 넘게 결혼식이 이어졌다.
어느 결혼식이나 밥이 맛없지만 특히 더 맛이 없었다. 한 입 먹으면 두 번 입맛이 달아나는 그런 맛이었다. 자리가 치워지지 않았고 물이나 맥주, 종이컵, 휴지가 계속 모자랐다. 올해 96세라시는 작은 할아버지를 뵈었고, 손을 잡았다. 거의 한 세기가 들어있는 손. 나는 서른 살이 되어가는 손. 나를 세 번 살아내어도 몇 년을 더 보태야 하는 손은 가벼웠다. 맞 잡은 손이 위아래로 몇 번 흔들리며, 같은 공기를 쥐고 있다. 이가 하나도 없는 웃음을 보았고, 나도 좀 웃어보았지만 그 길로 나는 집에 왔다.
비가 많이 왔으면 좋겠다. 왠일인지 배가 아파서 하루종일 누워 있어도 나를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제부터 비타민을 먹기 시작했다. 서점을 들렸고 시집을 샀다. 간 김에 백화점에 들러 작은 우산을 사고 싶었는데 거의 모든 매대는 장갑과 목도리였다. 계절을 기다려야 하는 일을 생각하니 멀었다. 비가 올텐데. 집에 오는 길에 또 서점을 들려서 책을 샀다. 결국 책상은 어지러워졌고, 지갑을 사야하는데 결제가 안됐고, 명함을 꺼내 놓으니 이렇게 두꺼웠다. 이름을 많이 갖고 있다. 만났다, 고 할 수 있을지 모르는 사람들의 이름이 서로 모르는 등을 맞대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친절하지 않다. 안녕하신지, 잘 지내시는지의 말을 할 줄 모른다. 그러면 조금도 궁금하지 않다. 미안하지도 않다. 면봉이 다 떨어져간다. 이제 발에 밟히는 낙엽도 없어질 거라는 생각에 귀를 손으로 덮는다.
*부어치킨이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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