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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의 맛

오른쪽

_봄밤 2015. 1. 30. 22:44


오른쪽은 북쪽을 향했을 때 동쪽과 같은 곳입니다.



오른쪽 어깨에서 오른쪽 목을 통과해 오른쪽 귀까지. 오른쪽이 아픕니다. 오른쪽이 바라볼 수 있는 공간, 내가 아직 도착하지 않은 곳도 아픕니다. 오른 목을 지나는 턱 아래 임파선이 둥글게 부었습니다. 동생을 역까지만 데려다 주었고, 내일은 석이의 생일입니다. 


부적을 믿지 않지만 석이가 전해준 빨간 표지만은 늘 지니고 있습니다. 나는 간체를 읽지 못합니다. 


물을 챙겨줘서 고마웠습니다. 나는 물을 잘 마십니다. 동생은 우유를 잘 마셔요. 서로는 바꿔서 먹지 못합니다. 


도배가 깨끗한 집은 새 것 냄새가 너무 났습니다. 나는 문을 자주 열어두기를 당부하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건 좀 꺼려지네요. 라는 말에서 거절의 의미를 읽지 못했고, 아가씨의 최선이 당신들의 최선까지는 아니었으므로. 이야기는 끝으로 흘러 어르신은 나이를 물어왔습니다. 나는 내 나이를 말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나이를 좀 속일걸 그랬나. 라는 둥 하나마나한 말을 했습니다. 늦은 점심을 먹었습니다. 집에 와서 좀 잤습니다. 동생도 잘 잤습니다. 여전히, 오른쪽이 아픕니다.


몇 시차를 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애는 버스에서 잘겁니다. 나도 오른쪽을 재워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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