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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3일
김행숙
상상해봐. 돈으로 살 수 있는 것 중에서 사랑으로
살 수 없는 것만! 오랫동안 상상만 한 겨울 바다야.
사진처럼 물방울이 허공에서 얼어붙는 추운 날씨야.
그런데 걜 혼자 두고 온 게 맘에 걸려. 이곳은 좋
은 곳. 우리는 쉽게 부서지는 파도 끝에서 장난을 친
다. 물에 빠지고 싶지 않고, 풍덩 물에 빠지고 싶어.
어느 쪽도 좋구나. 좋지 않니? 이곳에서는.
하얀 이빨처럼 보이는 게 좋다. 잡아먹을 듯 으르
렁거리는 게 좋다. 이빨이 부서지는게 좋다. 히히,
잡아먹을 테면 잡아먹어봐라. 도망칠 수 있는 게 좋
다. 이곳엔 좋은 일뿐이구나. 나는 진짜 좋은 아빠
같구나. 나는 진짜 좋은 엄마 같구나.
바다 한가운데 우리 집이 있다. 잠잘 때도 보트에
서 물 푸는 기분으로 반쯤 깨어 있어라. 무엇이 바다
처럼 넓겠어요? 무엇이 바다처럼 깊겠어요? 오늘은
다른 기분을 돈 주고 산거예요. 숙박비와 교통비와
수족관에서 건져 올린 물고기 값을 다 합친 것보다
비싼 거예요. 우리 거예요. 나는 모래 같은 파도 끝
을 만져봤어요. 나는 아는데 아빠는 모르는 것. 아빠
는 아는데 엄마는 모르는 것. 엄마는 아는데 나는 모
르는 것. 우리 모두 빙빙 도는 기분이 좋아요.
걜 혼자 두고 왔어요. 없는 사람처럼 생각하면 없
어지는 마술, 불끈 그런 힘이 생겼어요! 금요일 저녁
부터 일요일 밤까지. 어제부터 내일까지. 아직 해가
뜨지 않는 날까지. 아직 해가 지지 않은 날까지 이곳
에서.
김행숙, 『에코의 초상』, 문학과지성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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