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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투우사
-식사 기도
성동혁
누가 나의 투우사에게 소를 풀었나
붉은 헝겊을 걸치고 복사뼈를 땅에 묻고
움직이지 않는 나의 투우사
사람들이 발등에 망치질을 한다
저녁이 온다
소가 온다!
나는 이를 악물고 식탁보를 뺀다
저녁이 온다고
소가 온다고!
저녁은 눈두덩 위로 떨어지는 유황가루인가
아니면 무릎 위로 떨어지는 붉은 스프인가
궁창을 찌르는 철탑
뿔이 관통한 그의 손바닥에서 빛이 터져 나온다
검지를 관자놀이에 붙이고 투우사의 구멍 안으로 달려 간다
성동혁, 『6』, 민음사. 2014.
나는 이를 악물고 식탁보를 뺀다/ 저녁이 온다고/ 소가 온다고!
기억하기에. 근래 민음에서 황인찬 다음으로 만나는 반가운 젊은 시인 아닌가.
측백나무, 붉은 색, 투명, 눈, 러시아.
아팠던 일로 쓰여진 아름다운 시 앞에서 입을 다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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