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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을 세 잔째 타셔 마셨다. 속이 편해지는 기분. 꿀떡꿀떡 마시면서 몇 가지 사실을 정리한다. 바깥의 바람을 듣기만 해도 하루가 갈 수 있다는 사실에 아침이 지나고 한 자리에 앉아서 두 권의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에 해가 어두워 진다. 두꺼운 노트에 끄적이고 있으면 내가 몰랐던 이야기가 술술 나온다는 사실에 새벽이 밝고 일어나고 누웠던 자리가 계속 모양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에 하루가 놀란다.
연말 선물로 산 냄비 사종세트는 요리하는 것을 더욱 즐겁게 해주었다. 전골냄비는 김치찌개도 된장찌개도 폼나게 끓여준다. 두부가 동그랗게 가운데를 비우고 가장자리로 밀려나가며 스스로를 정리하는 모습은, 몇 번을 봐도 장관이다. 텅 빈 가운데에 파를 썰어 넣으면 더욱 예쁘다. 이참에 후라이팬도 바꾸었는데 어찌나 계란 후라이가 잘되던지, 아침에 덜 깬 정신으로 토스트를 해 먹던 작년 제주도가 생각났다. 반질반질한 후라이팬과 쌓여 있던 계란. 서늘한 아침이었다. 비 왔던 촉촉한 공기가 그립다. 제주도를 가고 싶다고 했더니 제부도는 어떠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제부도도 좋지. 아추워 추워를 연발하며 보글보글 끓는 조개구이가 먹고 싶다. 짭짤하고 맑은 국물.
동생이 돌아왔다. 일년 만이다. 아직 만나지 못했지만 목소리가 가깝다. 함께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활짝 웃고 싶다.
<지상의 노래>, <A가 X에게>를 읽었다.
선물을 정리했다. 편지를 쓰려고 해. 볕이 잘 들어오는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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