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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달오름에서 합★체를 보았다.
포스터만 보고 농구에 대한 뮤지컬인 줄 알고 예매했다.
https://www.ntok.go.kr/kr/Ticket/Performance/Details?performanceId=266234
크게 잘못되었고 농구는 스스로 극복할 수 없는 주어진 조건 '키'로 인한 '차별'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였다. 공 없이 농구를 하는 연기와 춤, 거기서 키가 작아 공을 패스받지 못하는 쌍둥이의 애환이, 이기기 위해서는 키 작은 아이들을 배제해야 하는 것이 '옮음'으로 발현되는 갈등이 있었다. 거슬러 올라가 난쟁이 아버지 대부터 자리잡은 차별과 소외가 있었고, 아이들이기 자신들의 방식으로 그것을 끊어내고자 애쓰는 수련이 나온다. 책을 극으로 옮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책에서는 그럴듯하고 집요한 문장으로 어떻게든 설득이 되었을텐데, 인물이 살아 움직이며 한정된 시간에서 관객들을 설득하는 일은 조금 더 어려워보였다.
합★체가 특별한 점
시작 전에 출연진이 자기 소개를 하면서 간단한 수어를 한다. 거기서부터 눈물이 날 뻔했다. 이 손짓은 아주 작은 것이었지만 있고 없고가 너무나 큰 차이를 만들어냈으니까.
수어통역의 연기와 춤, 그리고 대사를 보는 것
대표 출연진과 수어통역이 무대를 함께 꾸린다. 양 옆의 전광판으로 자막이 나오며, 음성해설을 하는 이가 극중의 라디오 DJ 배역을 맡아 연기를 한다. 음성해설하는 배역 옆에는 당연히 수어통역사가 있다.
비장애인에게는 너무 많은 정보가 보고 들리는 공연
너무 많은 정보가 보고 들려야 장애인에게는 최소한으로 극을 보거나 들을 수 있는 공연이 된다.
표정과 연기, 노래와 대사로 극중 인물의 마음을 짐작했던 것이 기존의 관람이었다면, 배역의 속마음을 아주 깨끗하게 오디오북이 책의 지문을 읽어주듯 진행된다. 3인칭의 다른 이가 속속들이 알려주는 것이 새로웠다.
★아쉬운 부분
뮤지컬이 원래 감정의 과잉이라 약간 지루하고 설득이 부족하다 싶은 장면과 넘버가 있기 마련이다.
1. 계룡산의 신비로움을 그대화한 장치, 물과 바람과 돌이 부르는 노래는 없어도 될 것 같다. 음악은 좋지만 관객으로서는 조금 어색한 시간이 흘렀다.
2. 계룡산에서의 수련하는 내용이 너무 길었다.
3. 학교에서의 갈등+난쟁이 아버지의 이야기+계룡산의 수행까지 다루는 주제와 공간이 이질적이고 방대해서 한 극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
4. 주요 배역 중에 여성이 없다.
모든 것이 들리고 보이는 공연이 어색하고 불편했다면 그동안 너무나 편하게 살아온 까닭일테다.
국립극장이기 때문에 올라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제서야 시도되는 극의 확장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객석에서 응원보내기, 그리고 리뷰로 이런 것이 있다고 알리기. 내가 타인의 감각을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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