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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44살이다. 44살의 남자는 어떤 몸과 마음을 갖고 있을까? 우선 그의 영혼은 그가 머물기 좋아하는 시절의 것 같다. 스물 두살의 것 같기도 하고 18살 인 것 같기도 하며 37살 같기도 하다. 그러나 나이를 말할 때면 영락없이 마흔 넷이다. 그는 가능한 웃으려고 하고, 많이 웃고, 장난을 친다. 그럴 때면 나는 그에게 몇 살이냐고 묻는데, 그는 손가락으로 숫자 넷을 만들어 앞으로 한 번 뒤집어 한 번 보여준다. 팔은 꼭 45도의 각도다. 왜 그렇게 귀여운 모양으로 자신의 나이를 말하는 것일까? 그는 자신이 그런 모양으로 나이를 말하는 사람이 될줄 알았을까? 그것도 마흔 네살에. 자신의 아주 귀여운 구석을 꺼내서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마구 귀여움을 받는, 기다리는 사람의 모습을 보면 행복하다. 밤톨 같은 머리를 마구 안아줄 수밖에! 그러다가 무릎에 뉘이고 머리를 살피면 흰머리가 종종이다. 그제서 나이를 실감한다. 자기도 전에는 그러지 않았다며 염색을 해야 할까봐, 웅얼거린다. 염색은 아직 멀었어 아저씨야. 탐스러운 머리카락. 당신이 귀여운 짓을 마음 껏 할 수 있으면 좋겠어. 언제나, 언제라도. 재미있어 할 수 있도록,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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