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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의 글

중학생과 묵찌빠

_봄밤 2022. 2. 14. 17:23

묵찌빠를 해보셨나요? 편을 가르거나 순서를 정할 때 하는 놀이입니다. 지역마다 약간 다르고, 주문을 외우는 말이 좀 다릅니다. 저는 간단하게 묵찌빠, 만 하고 바로 주먹이나 가위를 냈던 것 같습니다. 제가 했던 마지막 묵찌빠가 최근 갱신되었다는 소식을 알려드립니다. 십 수년 전에 했을 묵찌빠를 배구를 하면서 엊그제 했거든요.

 

배구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무조건 2명 이상 있어야 할수 있다는 것. 당연한가요? 하지만 배구를 하고 싶어하는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나는 일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랍니다. 우리 체육관에는 배구를 하는 사람이 열 댓명 되는데요, 체육관에 들어올 때마다 정말 반갑고 고마워요. 내 공을 받아줄 사람들이 저기 있고, 나에게 공을 던져줄 사람이 여기 있다는 것이요. 아직도 이름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요. 

 

저는 저보다 20살쯤 나이가 적은 이들과 함께 배구를 합니다. 연습은 3명이서 짝을 짓거나 2명이 짝을 지어 합니다. 3명이서 패스 연습을 하다가 2명으로 짝을 지으라는 감독님 말에 저는 진작에 빠져 강단에 기대 서 있었습니다. 그들은 친구거든요. 그런데 셋이 하다가 저를 빼놓을 수 없었는지 묵찌빠를 하자는 거예요. 저는 정말 괜찮았지만 공정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지 빨리 오라는 겁니다. 그래서 어쨌든 묵찌빠를 해보았습니다.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그 중에 한 명이 약간 마법을 외우는 듯한 말로 묵찌빠를 외웠는데 그 말이 너무 빨라서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처음 작정했던 대로 제가 다른 것을 내어 그 둘이 짝을 짓게 되었지요. 그리고 그들이 배구하는 것을 다시 강단에 기대서 보았습니다.

 

그들을 볼 때마다 놀랍습니다. 아직 어립니다. 그래서 한 주 한 주의 습득이 다르며, 무엇보다 잘 지치지 않습니다. 저는 그들보다는 노련하지요. 살아온 날들이 더 많으니 운동한 시간이 조금 더 많을 것입니다. 저의 습득은 크게 늘지 않습니다. 그들보다는 지금은 완숙하겠지만 여기서 성장이 크게 기대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마 체력을 더 단련하지 않는다면 지치게 되겠지요. 무엇보다 이 친구들의 키는 아직 더 클 수 있을거예요. 10cm가 훌쩍 크는 일이 있지는 많지는 않겠지만 내년 오늘 다시 만난다면 지금보다 어쨌든 자란다는 것을 기대할 수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강단에 약간 서 있는 동안, 저쪽에서 역시 저보다 20살 쯤 나이가 적은 어떤 이가 다가왔습니다. 저번주에 함께 공놀이를 했던 메이트였지요. 같이 하자는 거예요. 저쪽에서 제가 혼자 있는 걸 본 모양입니다! 보기에도 말수가 적고 잘 나서지 않는 이인데요, 저와 조금조금 얘기를 합니다. 스파이크 미팅연습을 하는데(토스된 공을 맞추는 것) 제 뒤에 오더니 "너무 재밌어요"라고 하는 거예요. 저도 재미있어요! 라고 대답했습니다. 하나로 묶은 긴 머리가 거의 풀어질만큼 그녀는 집중해서 뛰고 공을 받고 토스했습니다.

 

교복을 입고 지금쯤 학교에 있겠지요? 공이 손에 맞았던 기억이 머릿속에서 재생되고... 다른 친구들과 그녀의 시간을 보내겠지요? 저는 근육통으로 회사에서 마사지를 받았습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2월은 어떤 느낌일까요. 작은 중고등학교를 나왔지만 2월은 어쨌든 적당히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던 교실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 해를 함께할 친구와, 나의 옆자리와, 함께 밥을 먹을 친구와, 우리의 작고 소소한 이야기를 위대한 이야기로 함께 이야기 할 친구가 있는지 알아보고 탐색하는 조심스러운 기간. 하지만 제가 기억하건대 그곳에도 배구를 함께할 친구는 많지 않을겁니다.

 

20살이나 나이 차가 나긴 하지만, 매주 배구를 하는 동안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 좋겠지요. 다음에는 MBTI를 물어봐야겠습니다. 좋아하는 음식이랑요. 요새 보는 것들은 무엇인지, 그런 소소한 이야기를요. 제가 중학생 때는 선생님 외에는 한 번도 만난적도 상상해 본적 없는 30대의 여자 사람을 알게 된다면, 조금은 신기한 일이겠지요. 내게도 30대가 있겠구나 짐작하겠지요. 배구를 하는데, 30대 이모가 있어.

 

30대의 인생이란 무엇일까? 그게 궁금하다면 조금은 들려줄 수 있을 겁니다. 함께 배구하는 40대, 50대의 언니들을 보며서 제가 20년 후에도 저 체력과 인내와 배구를 할 수 있는 주말이 가능할 수 있음을 가늠하게 되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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