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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나누는 데 한 가지 기준만을 들어야 한다면 단연코 춤이 아닐까. 춤. 당신은 춤을 추는 사람인가? 난 춤을 좋아하는 이들의 옆에만 있어도 멀미하는 기분이 든다...혹시 내가 춤을 추는 걸 본적이 있다면(그걸 춤이라고 할 수있다면)아주 드문 이벤트였음을 함께 기억해달라. 길거리에 쿵쿵 울리는 음악은 거의 혐오한다...그 노래가 싫은 것이 아니라 길거리에 너무나 크게 울리는 그 자체다. 거길 지날 수밖에 없는 데에 한숨이 나온다. 원하지 않는 리듬에 맞춰 걸음하는 듯한 모습이 너무 싫은 사람이다.
게스트 하우스에 이런 애들과 한방을 쓰게 되었다. 춤이 없는 곳이 형벌인 이들이었다. 말과 춤 중에서 선택하라고 한다면 단연 춤을 선택하고는 골반을 흔들어 대고 깔깔깔 웃을 애들이었다. 춤으로 대화도 할 수 있을 듯 했다.
알아주는 휴양지인만큼 니스에는 온갖 나이의 사람들이 온갖 나라에서 놀러온다. 길거리를 다니면서 얻은 통계로 40퍼센트는 노년의 부부, 20퍼센트는 부부와 아이들, 그리고 30퍼센트는 젊은 연인. 나머지 10프로는 혼자 놀러온 청춘들이다. 아, 부부들과 함께온 개는 10퍼센트쯤 된다. 이걸 다시 인종으로 나누면 복잡해지는데 나처럼 동양에서 혼자 놀러온 청춘은 0.2퍼센트쯤이다. 동양인 여자로 좁히면 여기를 활보하는 개보다 훨씬 적다.
하여간. 사일간 머물 게스트하우스는 기차역에서 10분 바다까지 8분정도 거리에 있다. 천혜의 위치라고 생각했으나 니스가 손바닥만하기 때문에 이런 것이었다. 테라스나 카페라고 할만한 게 없어, 좀 더 알아봤더라면 다른 곳으로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손바닥 보다는 크다. 아이러브니스라고 써있는 포토스팟이 해변의 가장자리에 있는데 멀찍이서 그게 있다는 것만 확인했다. 걷는게 너무 싫다. 정도를 모르고 걷는 내가 싫다... 니스는 반나절쯤 구경하면 할 것이 없다. 중요한점은 그 구경마저 안하는 사람이 태반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뭘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뭘 안하려고 온거라서 해변에서도 수영하는 이들은 비치마다 서른명쯤뿐이다. 여기 바다는 그저 출렁인다. 사람반 물반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뭘 할까. 비치마다 백명쯤 되는 사람들은 자갈 해변에서 옷을 벗고 누워 있는다. 누워서 뭘하느냐. 다음 세 가지중 하나를 한다. 자거나 책을 보거나 뭘 먹는다. 먹는데에 담배도 포함된다. 세상 관대한 자들은 해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을 허용한다. 거의 사랑하는 것 같다. 물은 안 먹어도 담배는 피우는것 같은데 이 얘기는 다른 장에서 자세히 해보겠다.
춤 얘기를 하다가 왜 여기까지 왔지. 하여간 나도 열심히 적극적으로 뭘 안하고 있는데, 주52시간에도 적응하는 중인 한국 직장인으로서 시간을 흘려보내는 게 익숙하지 않아 뭐라도 써야한다고 생각해서 엄지로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어제는 비가 왔고 에즈와 모나코를 들려 만신창이가 되어 늦게 들어왔다. 비가 오다니. 깨질리 없는 파란 유리같은 바다와 하늘이 아침부터 잿빛이었다. 특히나 니스는 날씨가 전부이기 때문에 어제로 말한다면 니스는 망한것이나 다름없었다. 어디라도 가야했고 그게 비오는 에즈 빌리지였다. 그러나 감기에 걸리지 않은 것이 다행으로, 니스에 다시 가기를 얼마나 소원했는지.
그렇게 한숨 돌리고 머리를 말리는 사이 여기서 친해진 여자애 셋이서 와인과 주전부리를 들고 언제 들어와서는 노래를 틀어놓고 한 소절에 춤을 하나씩 추고있는게 아닌가.
나보다 열살은 어릴 그 애들은 노래를 돌려 들으며 야 이 노래 알아? 응 알아. 진짜 좋지. 진짜 좋은 정도가 아니야 존나 좋아...이러면서 미친듯이 몸을 흔들었다. 아. 이런건 상상도 못했는데. 어디서 상상도 못했던거였는데. 나는 어떻게 했을까. 그 속에 있을 수는 없어서 밖으로 나왔다.
그 파티는 밤늦게까지 이어졌고 내가 들어온 후에는 밖 어딘가에서 계속되었다. 자고 오나 싶었는데 아침에 눈뜨면 다들 들어와 있었다. 매일매일 일교차를 갱신하는 이곳의 밤에는 외투가 꼭 필요한데 나시채로 나간 애들이 걱정되었다.
자기 전에 이들 무리를 춤으로 이끈 애의 침대에서 펼쳐져 있는 노트를 보았다. 이번달에 해야할 일 이번달에 가야할 곳 이번달에 이뤄야 할일이 목록별로 짜여 있었다.
춤을 추거나 추지 않거나 할일은 있다. 다른 종으로 나누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춤족과 춤안춤족의 차이는 뭔가 잘 되거나 안될 때 춤을 추거나 추지 않는 것 뿐이려나. 이 글을 한 문장으로 하면 나만 잘하면 된다이다. 아름답다고 해도 이 눈부신 바다를 계속 볼 수는 없다. 이젠 사진도 안 찍는다. 엊그제의 바다, 그제의 바다 오늘의 바다가 다 같다. 같은 것의 복제들은 하나도 남기지 못하고 멸망하고 말 것이다.
또 하나의 믿을만한 거리 통계로 50퍼센트는 담배를 피운다는 것인데 그 이유를 이렇게 짐작한다.
아름다운 파리, 15세기이후의 건물에 계속 살아가는 인터넷이 되는 21세기의 인간들. 현존하지 않는 아름다움에 사는 인간들. 하늘을 부실 수도 없고 이 푸르름 가득한 공원 넓디 넓게 흐르는 센강을 말라버리게 할 수도 없다. 니스의 태양에 빛나는 저 코발트색의 바다를 검게 할수없다. 이 지겨운 아름다움 속에서 파괴할 수있는것은 오직 자신뿐이다.
빨리 죽겠군. 아니 그러면서 왜 향수는 그렇게 열심힌거야? 아름답게 죽으려고... 거리에서 저 사람이 다가오기전에 그 사람의 향이 먼저 온다.
나도 네 시쯤에는 바다에 들어가야겠다.
게스트 하우스에 이런 애들과 한방을 쓰게 되었다. 춤이 없는 곳이 형벌인 이들이었다. 말과 춤 중에서 선택하라고 한다면 단연 춤을 선택하고는 골반을 흔들어 대고 깔깔깔 웃을 애들이었다. 춤으로 대화도 할 수 있을 듯 했다.
알아주는 휴양지인만큼 니스에는 온갖 나이의 사람들이 온갖 나라에서 놀러온다. 길거리를 다니면서 얻은 통계로 40퍼센트는 노년의 부부, 20퍼센트는 부부와 아이들, 그리고 30퍼센트는 젊은 연인. 나머지 10프로는 혼자 놀러온 청춘들이다. 아, 부부들과 함께온 개는 10퍼센트쯤 된다. 이걸 다시 인종으로 나누면 복잡해지는데 나처럼 동양에서 혼자 놀러온 청춘은 0.2퍼센트쯤이다. 동양인 여자로 좁히면 여기를 활보하는 개보다 훨씬 적다.
하여간. 사일간 머물 게스트하우스는 기차역에서 10분 바다까지 8분정도 거리에 있다. 천혜의 위치라고 생각했으나 니스가 손바닥만하기 때문에 이런 것이었다. 테라스나 카페라고 할만한 게 없어, 좀 더 알아봤더라면 다른 곳으로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손바닥 보다는 크다. 아이러브니스라고 써있는 포토스팟이 해변의 가장자리에 있는데 멀찍이서 그게 있다는 것만 확인했다. 걷는게 너무 싫다. 정도를 모르고 걷는 내가 싫다... 니스는 반나절쯤 구경하면 할 것이 없다. 중요한점은 그 구경마저 안하는 사람이 태반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뭘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뭘 안하려고 온거라서 해변에서도 수영하는 이들은 비치마다 서른명쯤뿐이다. 여기 바다는 그저 출렁인다. 사람반 물반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뭘 할까. 비치마다 백명쯤 되는 사람들은 자갈 해변에서 옷을 벗고 누워 있는다. 누워서 뭘하느냐. 다음 세 가지중 하나를 한다. 자거나 책을 보거나 뭘 먹는다. 먹는데에 담배도 포함된다. 세상 관대한 자들은 해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을 허용한다. 거의 사랑하는 것 같다. 물은 안 먹어도 담배는 피우는것 같은데 이 얘기는 다른 장에서 자세히 해보겠다.
춤 얘기를 하다가 왜 여기까지 왔지. 하여간 나도 열심히 적극적으로 뭘 안하고 있는데, 주52시간에도 적응하는 중인 한국 직장인으로서 시간을 흘려보내는 게 익숙하지 않아 뭐라도 써야한다고 생각해서 엄지로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어제는 비가 왔고 에즈와 모나코를 들려 만신창이가 되어 늦게 들어왔다. 비가 오다니. 깨질리 없는 파란 유리같은 바다와 하늘이 아침부터 잿빛이었다. 특히나 니스는 날씨가 전부이기 때문에 어제로 말한다면 니스는 망한것이나 다름없었다. 어디라도 가야했고 그게 비오는 에즈 빌리지였다. 그러나 감기에 걸리지 않은 것이 다행으로, 니스에 다시 가기를 얼마나 소원했는지.
그렇게 한숨 돌리고 머리를 말리는 사이 여기서 친해진 여자애 셋이서 와인과 주전부리를 들고 언제 들어와서는 노래를 틀어놓고 한 소절에 춤을 하나씩 추고있는게 아닌가.
나보다 열살은 어릴 그 애들은 노래를 돌려 들으며 야 이 노래 알아? 응 알아. 진짜 좋지. 진짜 좋은 정도가 아니야 존나 좋아...이러면서 미친듯이 몸을 흔들었다. 아. 이런건 상상도 못했는데. 어디서 상상도 못했던거였는데. 나는 어떻게 했을까. 그 속에 있을 수는 없어서 밖으로 나왔다.
그 파티는 밤늦게까지 이어졌고 내가 들어온 후에는 밖 어딘가에서 계속되었다. 자고 오나 싶었는데 아침에 눈뜨면 다들 들어와 있었다. 매일매일 일교차를 갱신하는 이곳의 밤에는 외투가 꼭 필요한데 나시채로 나간 애들이 걱정되었다.
자기 전에 이들 무리를 춤으로 이끈 애의 침대에서 펼쳐져 있는 노트를 보았다. 이번달에 해야할 일 이번달에 가야할 곳 이번달에 이뤄야 할일이 목록별로 짜여 있었다.
춤을 추거나 추지 않거나 할일은 있다. 다른 종으로 나누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춤족과 춤안춤족의 차이는 뭔가 잘 되거나 안될 때 춤을 추거나 추지 않는 것 뿐이려나. 이 글을 한 문장으로 하면 나만 잘하면 된다이다. 아름답다고 해도 이 눈부신 바다를 계속 볼 수는 없다. 이젠 사진도 안 찍는다. 엊그제의 바다, 그제의 바다 오늘의 바다가 다 같다. 같은 것의 복제들은 하나도 남기지 못하고 멸망하고 말 것이다.
또 하나의 믿을만한 거리 통계로 50퍼센트는 담배를 피운다는 것인데 그 이유를 이렇게 짐작한다.
아름다운 파리, 15세기이후의 건물에 계속 살아가는 인터넷이 되는 21세기의 인간들. 현존하지 않는 아름다움에 사는 인간들. 하늘을 부실 수도 없고 이 푸르름 가득한 공원 넓디 넓게 흐르는 센강을 말라버리게 할 수도 없다. 니스의 태양에 빛나는 저 코발트색의 바다를 검게 할수없다. 이 지겨운 아름다움 속에서 파괴할 수있는것은 오직 자신뿐이다.
빨리 죽겠군. 아니 그러면서 왜 향수는 그렇게 열심힌거야? 아름답게 죽으려고... 거리에서 저 사람이 다가오기전에 그 사람의 향이 먼저 온다.
나도 네 시쯤에는 바다에 들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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