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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몬처럼 감사일기 쓰기

_봄밤 2019. 8. 18. 16:02

1.

나도 그렇게 생각해. 

네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가끔 저 말을 해주고 싶을 때가 있다. 

 

 

2.

전선 거미줄에 붙은 나뭇잎, 그 그늘이 창에서 몹시 흔들리고 있다.

 

3. 

반팔을 입지 않아 긴소매의 셔츠를 사서 두세 번씩 걷는다. 그걸 겉을 때마다 한 장면이 함께 떠오른다. 고등학교 때 체육복 소매를 뒤집으면 늘 하얀 각질이 진을 이뤘다. 털어내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피부가 부서지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소매를 뒤집어 털다가 그냥 바로 했다. 안 보이는 쪽으로. 높은 콘크리트 계단에 앉아 있거나 피구를 하러 나갔다. 그때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것도 일이었다. 그게 그냥 나라는 걸 아는 게 중요했다. 

나는 정말 빨리 부서지고, 매끈한 살이라는 건 무슨 뜻일까. 그런 몸으로 사는 건 무슨 기분일까.

 

4. 

감사일기를 쓴 적이 있다. 매일 쓰기로 했는데 잘 안됐다. 매일 구몬하는 것처럼 감사할 일을 찾아보려고.

 

5. 

구몬 일본어, 제법 어려운 것을 배우기 시작했다. 

 

6. 

감사합니다. 

 

7.

한낮의 졸음

 

8. 

또, 한낮의 졸음

 

9. 

내가 소설을 쓴다면 이런 이야기가 주로 되겠지. 나만 재미있고, 읽는다.

 

10.

작은 바퀴가 달린 스테인레스,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작은 수레가 울퉁불퉁한 아스팔트를 올라간다. 

 

11.

잠 속에서 자는 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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