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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졸음으로 바깥을 보는 휴일. 넓은 이파리의 나무와 먼 곳의 낡은 아파트, 아파트를 그늘 하는 구름이 보인다. 연보라색 나그랑 티를 입은 여자가 봉지를 들고 골목으로 사라졌다. 급한 오르막길을 내려오는 흰색의 자동차도 사라졌다. 집에서 난 창만큼만 이야기가 보이고 사라진다. 그게 좋다. 그 이상은 궁금하지도 않다. 매미가 햇빛을 쪼개지는 소리를 내며 운다. 볕이 깨지는 소리가 있다면 이런 것 같다. 어두워지고 나서도 매미는 우는데, 그때는 별이 깨지는 소리 같다고 생각한다. 잘 운다.
유럽의 가이드 투어가 잘 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중에 부모님을 모시고 가도 크게 어렵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여행은 무척 고되겠지만. 파리 여행은 이제 2주 정도 남았다. 어제는 자물쇠를 샀다.
우리집에서 보는 풍경처럼, 별것 아닌 곳에서 감동하게 되길. 그런 여행이 되길.
토요일에는 눈의 결석을 뺐다. 눈이 건조한 것 같아 들렸을 뿐이었다. 돌이 있네요. 현미경 너머의 의사가 말했다. 돌이라니요. 그게 왜 생기나요. 나는 물었다. 상처가 나고 그 상처에 염증이 굳어지면 돌이 됩니다. 의사는 숨 쉬는 일처럼 말했다. 빼야 하는 건가요, 물었다. 의사가 또 숨 쉬는 일처럼 말했다. 빼야 합니다. 더 덧붙여야 할 것처럼 이어서 말했다. 안 아파요. 마취하고 금방이면 됩니다. 의사는 바늘을 갖고 왔다. 바늘로 찔러서 뺍니다. 의사의 말은 진실이었다. 정말 아무 느낌도 나지 않았다. 돌인가 뭔가를 빼고 의사는 다시 눈 사진을 찍어 보여주었다. 그건 눈이라기보다, 그냥 둥근 자리에 얼룩이 있는 그림이었다. 결석을 제거했다. 여기 보이죠? 피가 난 것입니다. 하지만 눈 어딘가에 실핏줄이 불거진 것처럼 약간의 자국만이었다. 그건 내가 느낄 수 없는 피였다.
오후에는 수영을 하러갔다. 수온은 29.9도에서 30도 사이. 굉장히 시원했다. 여름이 끝났다. 몸이 그렇게 말했다. 이제 정말 긴 겨울이 또 올 텐데, 그때는 어떤 재미있는 일이 있으려나. 생각하니.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졸음으로 구름을 보다가, 일어나 책상에 다시 앉았다. 매미 소리에 가끔 다른 오디오가 나온다. 다른 집의 라디오 소리가 창을 넘어오는 것. 노인이 이 골목을 사라지면 라디오 소리도 함께 사라진다.
길가면서 피는 담배와 가래침 뱉는 소리가 아니라면 안타까운 애정이 어리는 동네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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