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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읍내에서 한 사십분 버스를 타고 들어가면 산동 마을에 도착한다. 버스는 두 시간에 한 대쯤 있다. 중국 산동지방에서 온 여자가 자신의 고향을 잊지 못해 거기서 가져온 나무를 심었다는 것이 이 마을의 전설로. 마을 이름도 그렇게 유래된 듯 하다. 전국 산수유 생산의 70%이상이 구례에서 생산된다고 한다. 산수유란 무엇인가. 구기자나 복분차같은 보양식품인 듯하다. 차나 술로 먹는다.
산수유 마을은 지리산을 둘레로 두고 있다. 둘레로 두고 있기는 하지만 지리산과 마을이 서로에게 종속되지 않은 느낌인데. 지리산이 마을을 지켜준다고 하기에 둘 사이가 제법 멀고, 산수유 마을이 지리산에게 지킴을 당한다고 하기에 지리산만큼 또 다른 생태가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비가 오면 함께 젖고 바람이 불면 함께 맞는 동등한 두 개의 장소였다. 두 곳에 내리는 비는 매우 다를 것 같았고, 어느 곳의 비를 더 좋다고 여길 수 없을 것 같았다. 지리산에 산수유 마을이 좀처럼 밀리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4월 초라도 바람이 추웠고, 파릇한 색보다는 아직 누런 색감이 산수유 마을을 감돌았는데, 거기서 어떤 쇠함이 전해지기보다 어떤 고집스런 늙은 이가 다음 말을 고르는 목울대를 보는 것 같았다. 이 산이 시원하게 눈 앞에 펼쳐지다가도 눈 앞을 막는 답답함으로 있었을테다. 산수유 마을은 환경에 얼마간 묶여 있었으면서도, 자신 역시 저 산을 묶어 놓는 힘의 주체로 있는 듯했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빨갛고 타원형의 무엇이 멀리서 보였는데, 거기서 보인 것은 1/30도 채 안되보여서 그 거대함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 마을 공동으로 쓰는 시설 같았다. 빨개서 눈에 잘 띄었고, 그게 좋은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니까 마을 사람들만이 사용하기에는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한 번에 알아챌 수 있을정도로 눈에 잘 띄었다.
마을에 사람이 얼마나 없었으냐 하면은, 십 분을 걸어서 산수유 공원에 도착했을 무렵에야 밭에 비닐을 씌우는 노인을 두 명 본 일이 다였다. 그들이 밭과 내가 걷는 길이 너무 가까워서 그건 서로의 안부를 물어야 하는 거리인것처럼 느껴졌다. 다행히 인사하지는 않았다. 바람이 매우 불어서 비닐이 퍼덕거리고 있었다. 우리의 거리는 가까웠지만, 알지 못하는 투명한 벽이 있는것처럼 다른 걸음을 하고 있었다. 이 마을에 있기는 하지만 마치 다른 곳에 존재하는 공원으로 가는 길 같았다. 우리는 서로를 아주 모르는 사람처럼 여겼다.
산수유 공원은 사랑을 테마로 여러 갈래의 길이 있다. 무슨 '길'의 유행을 이곳도 피해가지 못했다. 어느 곳으로 가도 공원의 정상에서 만나게 되어 있었기 때문에 아무길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엄청난 크기의 조형물이 곳곳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을 수있는 의자 곳곳에는 하트 모양의 조형물이 있었다. 포인트는 하트 모양의 조형물 가운데에 대추방울토마토처럼 매달린 네 개의 산수유 열매였다. 그것이 매우 거대했다. 그래서 산수유열매의 조형물은 대부분 걱정으로 이뤄진 것 같았다. 이 정도로는 만들어야 보이지 않을까? 보이지 않을 것을 염려한 것처럼 보였다. 그 결과, 원래의 열매보다 200배는 크게 태어난 자이언트 산수유 열매는 그 크기에도 겁에 잔뜩 질려 보였다. 그렇게 거대했음에도 아직도 보이지 않을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의심과 두려움으로 태어나 자신의 존재를 믿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공원 정상에는 산수유 꽃이 금색의 철제로 만들어진 조형물이 있었다. 가까이 가기 무서운 크기였다. 이 것을 뒤로하고 어떻게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단 말인가. 산수유 꽃은 경외의 대상으로 존재했다. 이렇게 거대한 꽃은 일본 동대사에서 본 적이 있었다. 그 절에는 청동으로 만들어진 꽃과 나비가 거의 사람만한 크기로 있다. 그런게 이 공원에도 있다. 나는 큰 것을 만들기위한 고됨과 기술보다 그렇게 큰 것을 만들어야 하는 마음을 이해하고 싶었다. 비가 온다면 이 꽃이 튀겨낼 소리가 얼마나 클 지 상상할 수도 없었다.
공원의 꼭대기에는 우리처럼 끝난 산수유 축제에 온 사람들이 있었다. 어떤 마음으로 이곳에 왔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그것을 모르는 지경이 되어 내려가고 있었다. 여전히 날씨가 흐렸으며, 흐린 날씨에 황금 꽃이 굉장히 번쩍거려서 그 위에 무엇으로 씌워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두 손을 모으로 무엇을 빈다면 기도를 들어줄 것이다. 오른 쪽으로 열 바퀴 돈다면 짝사랑을 이루리라. 그런 소원을 열 두개를 만들고도 남음이었다. 그리고 내려가는 길에 나는 마을 입구에서 보았던 빨간 타원형의 그것을 실체를 보게 되었다.
구례 산수유 문화관의 전경. 열기구 같은 산수유 열매가 문화관을 이끌고 어딘가 떠나려는 모습이다. 열매 꼭지의 디테일까지 무지막지하게 살린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서 내려왔다. 이걸 만들었다고? 이걸 세웠다고? 마을 사람들이 이걸 동의했다고? 마음 속으로 외치면서 말이다. 세 가지 물음을 어떻게 통과했을 조형물이 내 앞에 서 있었다. 자이언트 산수유열매는 조금 뒤 큰 것을 보게 될테니 놀라지 말라고 달래는 표지였던 것이다. 그 뒤로 나는 산수유 문화관을 누가 어떻게 세우게 되었는지 구글링하기 시작했다. 그걸 포함해서 이 글을 썼어야 했는데, 시원한 답을 구할수 없었다. 이쯤되니 작게나마 품은 의문에서 도망치는 듯한데, 사실이다. 내가 이 마을에 산다면 아침 저녁으로 보고싶지 않아도 이 조형물을 보게 될 것이다. 마을 어디를 가도 이 일부분이 보일 것이다. 그러나 산수유는 피고 진다. 언제나 노란색이거나, 그 열매의 붉음을 언제나 볼 수 있지 않다. 살아있지 않은 것의 살아있음을 지켜봐야 하는 일에 대해서 어떻게 설득했을까.
그것이 산수유 마을을 기억하게 하는 길 입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겠죠. 그 마을의 입구에 가면, 기도를 해야 할 것처럼 큰 산수유 꽃이 금색으로 빛나고 있어. 그 마을에 가면, 열기구처럼 하늘로 날아가려는 산수유열매가 있는 문화관이 있어. 몇 개의 충격과 절망이 얼마간의 성공으로 말해질 때 어떤 표정을 지저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이것보다 더 구례의 저물고 있음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정주하는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마을의 지표보다 더욱, 구례에 영영 살 것처럼 있는 두 개의 조형물의 거대함이 그것을 이야기해 준다.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이 되어 다시 길고 긴 마을 버스를 탔다. 읍내의 농협에서 산수유 막걸리를 샀다. 플라스틱 막걸리 용기가 핑크색이었다. 술도 붉은 색인지는 아직 모른다. 구례에서 먹었어야 했는데 그대로 가져와 아직 냉장고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직인 것들. 오지 않은 것들. 내일 다시 구례에 가도 저 꽃과 열매가 그대로 그 크기로 존재할 것들. 그것이 진정으로 기다리는 것에 대해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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