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막 허공에 번지는 무수한 빛깔들을 말하려는 힘 퇴근 시간과 임종이 각자의 비율로 임박하려는 힘 곤충들의 밤이 깊어가는 힘 맹세하지 않는 힘 확인하려 하지 않는 힘 우리는 사실들 속에서 태어났다 세상의 모든 가로수가 황혼 녘의 바로 이 나무가 되는 속도로 어둠이 오는 길을 하나하나 바라보는 눈으로 우리가 말하지 못한 모든 것들이 사실로 물들어서 사실들의 참된 의욕과 함께 이장욱,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2016, 문학과지성사. 표4에 실린 글이다. 잘 몰랐을 때 나는 표4가 '표사'인줄 알았다. 생각하기에 '표사'는 표구表具와 비슷한 의미로, 책의 뒷장에 특별하게 실린 글을 이르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없으며 단순히 업계에서 통용되는 기호였다. 표지부터 책의 앞날개, 뒷날개 그리..
내일은 중국술을 마셔요 이장욱 어젯밤의 거리에는 고양이들이 무한하게 숨어들고숨고 달리다가 영원히사라지고 우리는 작년에 복권을 사고올해도 우리의 인생은전문가들이 이끌어주겠지 나는 꿈 밖으로 새나가는 목소리를 막았으면 해부디 당신이 내게 관대할 수 있도록 3년 후에는 조금씩 무능력해져서 행복하고5년 후에는 아주 오랜만에 반성을 하네 오늘은 완벽한 인간으로 살겠지만내일은 그런 것들이 좋다 잠 속에 꽂힌 화살이 바람에 흔들리고또 이 밤엔 영문을 모르고 깨어나겠지 내일은 중국술을 마시고고양이들이 달리는 거리를 걷기로 해요 지구상에 단 하나뿐인 밤의 거리에서하루 종일 유리창들은투명하느라 바쁘고 우리는 고양이처럼 섬세하게숨고 달리다가 영원히 사라지고 이장욱, 『정오의 희망곡』, 문학과지성사, 2006. 이 사람은 누..
피의 종류 이장욱 오늘의 햇빛은 감정을 지우는 데 쓸모가 있다.공공장소에는 비둘기들이 어울려.새들에게도 혈액형이 있고그들만의 경험이 있을 것이다.하지만 사람들은 꾸준히 거짓말을 하며 걸어다녀.누군가는 매일 혈액형이 바뀌고누군가는 피의 종류를 모르지만아이들은 열심히 새로운 습관을 만들었네.오늘의 날씨는 쉽게 솔직해져.갑자기 쏟아지는 빗방울들이자기 자신을 향해 나아가듯이.길가에 납작해진 비둘기가 조금씩길이 되어가듯이.약국 셔터 아래로 신문들이 쌓이고피를 뽑은 후에 사람들은가벼워진 몸으로 다시어제의 거짓말을 시작했다.공공장소에서는 누구나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되고피의 종류에 대해해박해지고 이장욱, 『생년월일』, 창비,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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