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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막 허공에 번지는 무수한 빛깔들을 말하려는 힘
퇴근 시간과 임종이 각자의 비율로 임박하려는 힘
곤충들의 밤이 깊어가는 힘
맹세하지 않는 힘
확인하려 하지 않는 힘
우리는 사실들 속에서 태어났다
세상의 모든 가로수가 황혼 녘의 바로 이 나무가 되는 속도로
어둠이 오는 길을 하나하나 바라보는 눈으로
우리가 말하지 못한 모든 것들이 사실로 물들어서
사실들의
참된 의욕과 함께
이장욱,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2016, 문학과지성사.
표4에 실린 글이다. 잘 몰랐을 때 나는 표4가 '표사'인줄 알았다. 생각하기에 '표사'는 표구表具와 비슷한 의미로, 책의 뒷장에 특별하게 실린 글을 이르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없으며 단순히 업계에서 통용되는 기호였다. 표지부터 책의 앞날개, 뒷날개 그리고 뒷표지까지 차례대로 표1, 표2, 표3, 표4라고 부른다. 단순하고 의미가 없는 것들은 안쓰럽다. 그런 것들에 어떤 의미를 붙여 사랑했던 날들은 가엽다. 표사는 표4가 되었지만, 어쨌거나 책의 뒷면에 들어가는 글은 여전히 아낄만하다. 나는 우와, 하면서 이장욱의 시를 훌훌 넘겨보았는데 씻고 돌아와서는 처음만치 못한 표정으로 살펴보았다. 그러다가 책의 마지막을 보고나서야 안심이 되었다. 참된, 의욕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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