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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이톨로기-김병호

_봄밤 2016. 7. 18. 23:19





창이 터지려 한다. 자신의 용량을 넘어선 빛을 창은 추스

르지 못한다. 기어이 쌀통을 기어나와 바구미가 죽어 있다. 

생명의 양식은 그 세계가 어느 창을 통과해 이른 곳

인지 묻는다. 대답하지 않는다.



김병호, 『포이톨로기』, 문학동네.






안쓰는 볼펜이 가방서 이리저리 늘 흔들리는 것처럼 나의 저녁과 상관없이 미안한 일이 늘 몇 개 주머니에 머문다. 12년에 나왔던 책인데 저번주 오후 나절에 샀을 때도 여전히 초판이었다. 오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라고 하면 더욱 미안한 일이 되겠지. 12년도에 샀었다. 이해하지 못하는 구절이 많아서 읽다가 말았다. 어젯밤 불현듯 펴 들었을 때 들어온 구절이다. 그걸 바구미라고 부르는가. 부스스하며 쌀통을 기어다닐, 사실은 우리집엔 쌀통이 없지. 쌀 포대를, 포대는 미동이지만 거의 쌀포대가 움직이는 듯, 움직이게 될 여름이고 여름이라면 마땅히 창이 터지도록 빛이 들어올 것이다. 비스듬한 서향의 우리집에서는 물론 아니겠지만. '생명의 양식은 그 세계가 어느 창을 통과해 이른 곳인지 묻지 않는다.' 마땅히 오독이겠지만, 시집을 다시 살피고 싶을 정도로 헷갈리며 심지어 좋다. 가방에는 돌보지 않는 볼펜만큼 몇 권이 책이 늘 들어 있었는데 이제 그러지 않는다. 읽는 일 없이 모서리가 자꾸만 다치는게. 하릴 없이 하루를 돌았을 뿐인데 팔꿈치 무릎에 멍이 들어 들어오는 나와 닮는다. 한없이 뜻없는 기도를 하고 싶다. 비로소 기도하는 자세가 갖춰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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