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인된 지도-이병률
봉인된 지도 이병률 지구와 달의 거리가 지금보다 훨씬 가까워 달이 커 보였던 때 일년은 팔백일이었고 하루는 열한 시간이었을 때 덫을 놓아 잡은 짐승을 질질 끌고 가는 당신, 당신이 낸 길을 없애려 눈은 내려 덮이고 하늘 아래 모든 것이 얼어붙은 날이 있었다 다시 얼음 녹으면서 세상은 잠시 슬퍼지고 그 익명의 밤은 다시 강처럼 얼고 언 밤 저편 사람들이 걱정스러운 듯 강가에 모여 불을피우자 밤 이편의 사람들도 강 건너를 걱정하느라 불을 피웠다 그 어두운 밤 서로를 생각하고 생각하느라 당신은 그만 손가락을 잘랐다 지구와 달의 자리가 가까워 달이 커 보였던 때 일년은 오백일이었고 하루는 열여섯 시간이었을 때 당신은 나를 데리러 왔다 신(神)과의 약속을 발설할 것 같지 않던 당신은 지금 그 시절은 아무도 살지 ..
詩
2015. 11. 15.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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