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복사저포기-송재학
만복사저포기 송재학 이사씨(異史氏)*가 말한다. 모년 모월 송생은 만복사 스님과 주사위 판을 벌렸는데 노름이야 도깨비 살림이라지만 스님과 송생은 서로 종잣돈과 뒷돈을앞장세워 시비를 가렸는데, 과연 스님을 아슬하게이겨 목숨을 부지한 송 아무개는 그날 억지로 경을한 권 받아 유심히 살폈으니, 낡고 희미하지만 문장이 맑아 세상의 책이 아닌 듯했다 두근거리며 진동걸음으로 경을 숨겨 돌아온 서생, 수백 번 읽고 외우고 찢고 태우며 허공의 소리가 들린 후에야 고향 땅아무개산 츠렁바위 인근에 가묘를 썼으니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심란했더라 하 수상한 세월 지나 누군가 만복지보를 찾아 봉분을 파헤치니, 책은 먼지처럼 바스러져도 보물은 고스란히 있을지니, 파묘자는 먼저 황장목관에서 깨끗하면서도 무늬 없는 상자를 볼 수 ..
詩
2016. 2. 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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