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껌을 씹어 보세요

5일은 먹고 2일은 200칼로리 가량만을 먹는 간헐적 단식이 몸의 면역력을 키워주고, 낡은 세포를 청소(?)한다기에 시도해 보기로 했다. 그러나 끝없이 먹는 바람에 실패했다. 심지어 보통때보다 더 챙겨먹었다. 문제는 배가 고프지 않아도 먹는다는 것. 배가 고프다는 기분이 뭐였는지 기억나지 않을만큼 끊임없이... 주말 내내 그렇게 먹고, 또 먹고, 급기야 나는 '배가 고프지 않은데 먹어요..'라는 내용을 네이버 창에 쳐보기에 이르렀다. 아마도 심적인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답변이 와닿았다. 하지만 가장 그럴싸하게 들린 대답은 '그럴 땐 껌을 씹어 보세요'였다. 

기타

책장 정리를 하다가 에드 시런의 'one'코드를 뽑아놓은 걸 발견했다. 두 장이었을텐데 뒷장의 후렴구만 반복하는 가사만 찾았다. 기타를 치기로 했다. 그러나 무거운 세 줄을 결국 조율하지 못했다. 영원히 못맞출 것 같은 기분에 빠진게 먼저일까, 정말 못맞출 지경에 이른게 먼저였을까. 그렇게 한 반시간 뚱땅거리다가 이 무의미한 튕김을 그만두기로 했다. 기타는 가벼운 세 줄만 조율돼 있다. 

세미나

두 명은 전공자, 한 명은 진행자, 한 명은 타 과 전공자, 한 명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 또 한 명은 유난히 이해를 못하는 사람. 또 한 명은 멀리있어 화상으로 참여하고 있다. 유난히 이해를 못하는 사람은 아마 이 책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는 듯 하다. 발제문을 얼마나 잘못 써왔는지 이미 올라가 있는 걸 보는게 짠할 정도. 세미나 중반쯤 가서 그 유난히 이해 못하는 사람의 차례가 오고 말았다. 그는 의문하던게 이 시간 중에 다 풀렸기 때문에 다음 사람이 발제를 하는 것이 어떤가 제안했다. 그러나 다른 이들은 친절하게도 이렇게 말했다. '다 이해를 하셨다고요?' '그럴리가 없을텐데...'(다들리게 말했다) 또 한명은 이렇게 말했다. '저희를 위한 자리가 아니라 스스로를 위한 자리니 주저하지 않으셔도 돼요'

나는 그날 꾸역꾸역 발표를 하고 말았다. 그리고 또 발제문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 시간에는 잘 정리해 간다고 했는데 환장할 노릇. 그래도 신나는게 전혀 다른 말을 하는 세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는 오직 이 책에 나오는 단어와 개념에 대해서만 이야기 한다. 다른 말은 필요가 없고, 외롭지 않고, 자유롭다. 

감나무의 배신

이웃집 감나무는 거의 우리집 것이라 해도 믿을만큼 가지가 뻗어 있다. 어느 정도냐 하면 우리집 지붕에 감이파리가 닿을 정도. 감나무는 이 밤에 이보다 더 좋은 조명일 수가 없고, 낮에는 새파랗게 창문을 감싼다. 비가 오면 감나무가 까맣게 젖어 가는 게 보인다. 그건 내 속일지도 모르겠다. 감이 조금씩 잡혀가는 감나무. 감이 열린다면 그 집과 우리집 사이의 골목에 가장 많이 쏟아질 것이다. 

그러던 주말에 건너편 집에서 씩씩 소리가 나기에 보니, 할머니 할아버지가 감나무에 약을 주고 있는 게 아닌가. 건너편 집에 감나무 이파리가 지붕에 닿을 정도라는데, 일러주지도 않고 감나무에 약을 치고 있었다. 창문은 이렇게 열려 있는데 말이다! 무심하게 눈 들어 문이 열려 있었냐고 묻는 말에 드르륵 창을 닫는 수 밖에 없었다.  

내 것이 아닌 감나무와 너무 가까워도 안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읍

정읍에서 엽서가 도착했다. 일년이라는 시간은 참 신중하기도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