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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톱 깎는 사람의 자세
유홍준
발톱 깎는 사람의 자세는
둥글다네
나는 그 발톱 깎는 사람의 자세를 좋아한다네
사람이 사람을 앉히고 발톱을 깎아준다면
정이 안 들 수가 없지
옳지 옳아 어느 나라에선
발톱을 내밀면 결혼을 허락하는 거라더군
그 사람이 죽으면 주머니 속에 발톱을 넣어 간직한다더군
평생 누구에게 발톱을
내밀어보지 못한 사람은 불행한 사람
단 한번도 발톱을 깎아주지 못한 사람은 불행한 사람
발톱을 예쁘게 깎아주는 사람은
목덜미가 가늘고
이마가 예쁘고 속눈썹이 길다더군 비가 오는 날이면
팔베개도 해주고 지짐도 부쳐주고 칼국수도 말아준다더군
그러니 결혼을 안할 수가 있겠어
그러니 싸움을 할 수가 있겠어
발톱 깎는 사람의 자세는
고양이에 가깝고
공에 가깝고
뭉쳐놓은 것에 가깝다네 그는 가장 작고 온순하다네
나는 그 발톱 깎는 사람의 자세를 좋아한다네
유홍준, 『저녁의 슬하』, 창비, 2011.
어제 깎은 발톱을 오늘 또 깎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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