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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의 거짓말
김선재
나는 아무것도 거두지 못했다
실패한 봄이 나를 지나간 후였다
꽃이 혼자 지던 날
무게중심은 어디서나 숨길 수 없다
저기 막 사라진 사람들
고개를 숙인 사람들
앞 축이 닳은 신발을 신은 사람들
치욕 같은 맨발을 내 보인 사람들
울고 있는 동안은
눈물에 대해 말하지 못한다
이미 나를 지나간 내 거짓말
나는 가볍고
구름은 금세 몸을 바꿔 흩어져
한 번도 우리는 우리를 관통한 적 없었다
나는 지금 울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막 안개를 지나온 것이거나
안개와 섞여본 적이 없음을 알았을 뿐
지나가던 눈물을 훔쳐 살 뿐
그리하여 매번 너무 늦게 울었거나
안개에 얼굴을 묻는
발 없는 나무가 되고 싶었다
김선재, 『얼룩의 탄생』, 문학과지성사, 2012.
시를 쓰는 사람은 시에 숨어서 안되고, 읽는 사람은 시에 숨을 수 있다. 내가 하는 최대한의 도피, 시가 숨기고 있는 제일의 가치.
당신의 말대로 숨바꼭질이었네. 이제는 숨기만 하는 사람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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