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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이 마르지 않는 날
신해욱
그날 나는 물 같은 시선과 약속을 했다
가운뎃손가락에 물을 묻혀
원을 그리고
붓을 빨아 햇볕에 말렸다.
나의 약속은 마르지 않는다.
*
물이 아니라면 내 영혼은 외로움에 젖겠지.
나는 피가 무거웠고
눈이 나빴다.
지워지지 않는 종이와
투명한 믿음이 필요했다.
그날이 내게는 그랬다.
신해욱, 『생물성』, 문학과지성사, 20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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