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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시ː리즈
내 마음도 몰라주고
합정 씨클라우드
기획 : 심보선 외 13인의 시인들
이혜미, 이현호, 한인준
시인이 수두룩했다
공기에 취할 수 있다면
이현호, 『라이터 좀 빌립시다』, 문학동네, 2014 6.
첫 시집을 낸 소회, 소감, 그런게 궁금했던 건 아니었어요. 그런것을 하나로 묶는다고 여전히 같은 높이의 어깨라는 걸, 재로 떨어지는 담배의 날이 더 빠르게 지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한 번 더 말해주길 바랬던 게 사실이에요. 나는 우리라고 할 수 없는 우리에서 빠저나와 숨죽여 듣는 일 밖에 없었어요. 그저 시를 듣는다는 이유만으로 목이 말랐거든요
당신이 '라이터를 빌립시다' 이야기를 꺼냈을 때. 나는 제대로 라이터에 불을 붙여본 적도 없지만 손이며, 깡마른 손이며, 마디에 오래 배어있을 담배냄새며 그런걸 맡았다구요, 스산하게 불었을, 그래요. 꺼지면서 켜지는 먼 불빛과 술에 취해 엉중 겅중 했을 말들을 복원하려고 귀를 오래 비웠어요. 하지만 누군가 앞으로 무엇을 '시인'하고 싶냐고 물었을 때 당신은 질문이 어렵다는 말로 곤혹스러워 했지요. 당신의 시는 누군가가 들어주기를 바랬던 말이 아니었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누군가 당신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그 자리에 갔고 그 자리에 있음으로써 다른 어떤 자리에 비워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잖아요, 무엇을 '시인'할 수 있을지 좀 더 골똘히, 담았더라면. 같은 마음이잖아요. 모르는 이에게서 누구를 찾는다는 거. 있을지 모르는 곳에 말을 낸다는 거, 그 중에서 조금 더 정확하게 '당신'을 지칭하며 했던 말이에요. 조금 더 잘 들어도 좋았어요. 서운해서. 내가 왜 서운해서.
그날 마음에 남았던 시ː
Guest House
한인준
고열에 시달린 여행자는 집으로 돌아갔다. 부디 돌림병이 아니길. 지난 마을
에서 개들은 짖었다
죽을까봐
벼랑 앞에서 놀라는 일행들. 시퍼런 안개 속으로 앞서 간 지프 한 대 굴러떨
어지는 걸 본다
살았을까
죽을 뻔 해보니 알겠어
어서 사진을 찍어요
흔적을 남깁시다
빗나간 죽음조차
맞닥뜨린 조난 같아. 왜 이런 과거는 가능성만으로도 적당한 불행이 되나.
함께한 발견은 거대합니다. 물이 홍수가 되고 눈은 폭설이 되지요. 그런데
목숨은 왜 혼자 배우는 거요
당신 혼자 알았다고 전부가 아니야. 우리 모두 배울 때까지 기다려주자
그만 좀 울어. 내 친구는 집에 가고 싶다는 걸. 숙소를 집이라고 부르기 시
작하면서
우리는 끝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모든 마을에서 개들이 짖었다
기대해서 살펴볼 편들. 행의 이쪽과 저쪽
고개의 이쪽과 저쪽 누군가의 말과 당신의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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