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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 손을 찾는다
이문재
손이 하는 일은
다른 손을 찾는 것이다.
마음이 마음에게 지고
내가 나인 것이
시끄러워 견딜 수 없을 때
내가 네가 아닌 것이
견딜 수 없이 시끄러울 때
그리하여 탈진해서
온종일 누워 있을 때 보라.
연기가 삶의 끝인 것 같을 때
내가 나를 떠날 것 같을 때
손을 보라.
왼손은 늘 오른손을 찾고
두 손은 다른 손을 찾고 있었다.
손은 늘 따로 혼자 있었다.
빈손이 가장 무거웠다.
겨우 몸을 일으켜
생수 한 모금 마시며 알았다.
모든 진정한 고마움에는
독약 같은 미량의 미안함이 묻어 있다.
고맙다는 말은 따로 혼자 있지 못한다.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해야 한다.
엊저녁 너는 고마움이었고
오늘 아침 나는 미안함이다.
손이 하는 일은
결국 다른 손을 찾는 것이다.
오른손이 왼손을 찾아
가슴 앞에서 가지런해지는 까닭은
빈손이 그토록 무겁기 때문이다.
미안함이 그토록 무겁기 때문이다.
이문재, 『지금 여기가 맨 앞』, 문학동네. 201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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