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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나무 흰 꽃들의 燈
이성복
근심으로 가는 짧은 길에 노란 꽃들이 푸른 회초리 같
은 가지 위에 떨고, 높은 나무 흰 꽃들이 燈을 세운다
어디로 가도 무서운 길의 어느 입구에도 흰 꽃들의 燈이
자꾸 떨어지고, 갈수록 어둠 한쪽 켠은 환하고 편하고,
병풍처럼 열리는 숲의 한가운데서 오래 전 새소리 자지
러진다
─용서받지 못했던 날의 잘못이
이마의 못처럼 아프다
아이들아,
우리 살던 날들의 웃음을
다시 웃는 너희 얼굴에
수줍은 우리, 그림자 진다
이성복, 『남해금산』, 문학과지성사. 1986. 7.
─용서받지 못했던 날의 잘못이
이마의 못처럼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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