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높은 나무 흰 꽃들의 燈-이성복

_봄밤 2014. 5. 20. 21:48


높은 나무 흰 꽃들의 燈




이성복



 근심으로 가는 짧은 길에 노란 꽃들이 푸른 회초리 같

은 가지 위에 떨고, 높은 나무 흰 꽃들이 燈을 세운다

어디로 가도 무서운 길의 어느 입구에도 흰 꽃들의 

자꾸 떨어지고, 갈수록 어둠 한쪽 켠은 환하고 편하고,

병풍처럼 열리는 숲의 한가운데서 오래 전 새소리 자지

러진다


─용서받지 못했던 날의 잘못이

이마의 못처럼 아프다


아이들아,
우리 살던 날들의 웃음을
다시 웃는 너희 얼굴에
수줍은 우리, 그림자 진다






이성복, 『남해금산』, 문학과지성사. 1986. 7.









─용서받지 못했던 날의 잘못이

이마의 못처럼 아프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은 손을 찾는다-이문재  (0) 2014.05.24
신년회-이영주  (0) 2014.05.23
이병률-사랑의 (무거운) 신호  (0) 2014.04.19
바나나의 웃음  (0) 2014.04.14
마술사들-장이지  (0) 2014.04.1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