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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의 글

나와 놀아주는 고양이

_봄밤 2025. 2. 19. 16:26

고양이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같은 공간에 있고 싶다. 고양이가 조는 것을 보고 싶다. 고양이는 조는 데, 때로는 조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할 때가 있고, 때로는 조는 것을 마음 놓고 보여줄 때가 있다. 이 모든 고양이를 보고 싶다.  

 

고양이는 내 방에 잘 들어오지 않는데, 그건 내가 있을 때만 그렇다. 동생에 따르면 고양이는 내가 출근하자마자 내 방에 들어간다고 한다. 다시 말해 고양이는 나보다 더 많은 시간 내 방에 머문다. 하지만 내가 돌아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뛰어나와, 동생 방에 가 있다. 고양이는 원래 동생의 다리 사이에서 잤었는데(굳이 그 사이에 낑겨서 자는 걸 좋아한다) 요새는 안그런다고 한다. 고양이는 여간해선 나와 자지 않는데, 지금까지 함께 잔 날을 생각하면 손에 꼽을 정도이고, 최근에 그 일이 일어났다. 불쌍하게도 매트리스 가장자리에 머문다. 조금 안되 보이기는 하지만 고양이도 편하게, 나도 편하게 잘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최근에 고양이 만한 손수건을 매트리스에 귀퉁이에 깔아놓았는데, 자기 자리인지 아는 것인지 꼭 그 위에 올라가 식빵을 굽는다. 식빵을 굽는다라. 문득 이 말을 다른 언어로 어떻게 번역할지 궁금해졌다. 언제나 고양와 놀아준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고양이가 나를 놀아준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는 나와 놀아주는 고양이가 보고 싶은 것인가? 아닐 것이다. 나는 고양이의 뒷모습에도 흥미가 있다. 꼬리를 몸 안쪽으로 잘 말아 앉아서 마치 꼬리 없는 듯 시치미 떼는 모습을 좋아한다. 옆으로 누워서 자는 것도 귀여우며, 

 

어제 저녁에는 텐동을 먹었는데 튀김을 이렇게 많이 먹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막상 먹어보니 바삭하고 달콤했다. 이렇게 단순한 기쁨만 느끼고 싶다. 이번주에는 오랜만에 산에 가야겠다. 그 산에서 바라보는 저 먼 산에는 아직 눈이 쌓여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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