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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팔을 믿는 일

_봄밤 2024. 5. 17. 09:46

아직 아프다. 식은땀을 흘리면서 깬지 벌써 일주일이 되었는데 이유는 아직 알 수없다. 기분 나쁜 상태로 아침에 깨서 출근 하는 일상. 감기라고 하기에 열은 진작에 내려 감기는 목에 안착했다. 따갑게 기침을 하고 사레에 잘 들린다. 잘 들리는 몸은 안타깝다. 

 

수영을 보름만에 나갔다. 선생님을 보면 기분이 좋다. 처음에는 초급반 같은 수영장의 상급반에 실망했지만 체력이 낮아져 그러려니 하게 되었다. 선생님이야말로 기분이 좋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개의치 않고 우리를 가르친다. 애정을 담아 가르친다는 기분이 든다. 특히 나는 지적을 많이 받는다. 어제 들은 것은 자유형과 배영이었다. 자유형을 할 때 어째서 손을 길게 뻗지 않느냐는 것이다. 드릴을 매번 연습하는대도 왼손은 잘 뻗어지지 않는다. 나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지만 내가 아는 것은,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것을 수정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손을 길게 뻗지 못하면 그 쪽의 어깨가 물에 들어가 있지 않고, 반대편 팔과 일직선으로 길게 늘어지지 않기 때문에, 남들보다 짧은 글라이딩을 하게 된다. 배로 힘들고 배로 나가지 않는 수영. 그걸 하는 이유는 호흡이 완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 짧은 호흡을 하는 순간에도 나를 믿지 못해, 나의 왼손을 믿지 못해, 나의 왼손의 길게 뻗을 수 있는 시간을 기다리지 못해, 가라앉는 것을 피하기 위해 나는 고개를 급히 돌린다. 호흡을 그만두고 쳐지기 시작하는 왼손을, 모자란 글라이딩 상태로 물을 가져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나는 역시 이것도 알고 있다. 나는 좀처럼 물에 빠지지 않는다. 웬만해서는 가라앉지 않는다. 내 몸이 나를 그렇게 두지 않는다. 어떻게든 나는 물 위로 나오는 방법을 알고 있다. 물에 빠지지 않는, 몸을, 믿지 못하는 내가 나를 괴롭힌다. 

 

배영의 문제는 팔꿈치를 꺾는다는 데 있다. 팔꿈치를 꺾지 않고, 굽히지 않고 물을 가져와야 한다. 이것은 아마도 물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팔꿈치를 굽히지 않고 가져오는 물과 굽혀진 채로 가져오는 물은 그 양부터 다르며, 힘이 다르며, 나아가는 속도를 다르게 만든다. 팔꿈치를 왜 굽히지? 지금 이미 이렇게 꺾고 있어요. 여기서 꺾이면 안돼. 아아 알겠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언제나 알고 있는 것을 수정할 수 있다면, 인생에 어떤 문제가 있을 수 있을까.

 

팔꿈치가 물에 질까봐서요. 그러나 역시 나는 알고 있다. 이 정도 물에 내 팔꿈치는 꺾이지 않는다. 물을 이기려는 것이 아니라 물을 이용해서 물의 힘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을 알고 있으나, 어느 정도는 물을 꺾고 나가야 한다. 그다음에서야 물도 도와줄 수 있지. 미리부터 져버리면 물이 아무리 힘이 세도 그 힘을 이용할 수없다.

 

내가 이렇게 많은 물을 내 팔에 부하를 만들지 않고 가져올 리가 없다는 불안으로, 팔꿈치를 먼저 꺾어버리고, 오늘도 어려운 배영을 했다. 좀처럼 나가지 않는. 

 

그에 비해 접영과 평영은 비교적 몸을 믿는 편이다. 무호흡으로 25m를 가는 일은 어렵지 않다. 조금만 더 가면 끝이 보인다. 물을 타는 것도 즐겁다. 가슴으로 물을 누르세요. 가슴이 얼마나 있는지와 상관없이, 흉곽으로, 내가 가진 가슴의 면적만큼 물을 누르고 나아간다. 즐겁다. 물은 딱 그만큼 눌리지만, 내가 나아가는데도 딱 그만큼만 필요하다. 가슴이 더 크다면 그만큼 더 눌러야겠지. 그러나 그건 필연적이다, 내가 가진 몸의 크기만큼 누르고 나아가게 된다. 가슴과 엉덩이를 이용하기. 팔보다 다리가 좀더 강하고, 좀더 믿을만하다. 내가 몸이라고 인식하기 전에도 다리는 내가 모르는 자신만의 머리를 가진것처럼 움직인다. 

 

라고 생각했으나, 그건 수영에서 국한되는 일같다. 농구에서 머리는 아주 중요하다. 생각 없이 움직일 수가 없는데, 그건 아직 생각없이 움직일만큼 연습이 충분하지 않다는 말도 될 것이다. 두 명이 있어, 한 명이 드라이빙을 하고 한 명은 자신에게 올 수도 있는, 공격자가 수비에 막힐 때 두 번째 기회를 노리는 자리에 있어야 한다. 어디로 가야 하는가? 어디에 있어야 저 공을 받을 수 있을까? 공격자는 파고 들어와 중앙에서 슛의 기회를 노리다가 골대의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패스한다. 그러나 세 명이서 공격한다고 하자. 나는 어디로 가야하는가? 농구에는 길이 있다. 농구를 아는 사람만 그 길이 보인다. 무작정이라는 것은 없고, 늘 약속된 길로 뛰어 들어가는 것이다. 드라이브로 파고 들어가는 사람이라면 차라리 낫다. 그 밖의 사람이 될 때 어떤 길로 가서 그 다음을, 내게 공이 올지도 모르는 순간을 기다리며 기회를 만들기 위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아직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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